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코로나)이 '팬데믹(pandemic·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으로 발전할 것이란 공포에 세계 증시가 휘청였다. 24일 한국 코스피가 3.87% 급락한 데 이어, 유럽과 미국 증시도 3~5%씩 폭락하는 등 우한 코로나발(發) '블랙 먼데이'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팬데믹은 2개 이상 대륙에서 전염병이 확산하는 단계로, 세계보건기구(WHO)의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위험 등급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이탈리아 같은 유럽 국가까지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자, 세계 금융시장 전반으로 경기 둔화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한 코로나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그동안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지켰던 미국 다우지수가 24일(현지 시각) 1031.61포인트(3.56%) 하락했다. 2년 만에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떨어지자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25일 코스피는 1.18% 반등하며 전일 과도했던 하락폭을 일부 되돌렸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7000억원어치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전날 일왕 탄생일로 휴장했던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는 이날 3.34% 급락했다.

믿었던 미국 증시마저 3%대 급락

우한 코로나 사태에도 견조하게 상승 흐름을 이어가던 미국 증시도 팬데믹 공포 앞에선 미끄러졌다. 24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1031.61포인트(3.56%) 급락한 2만7960.80포인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다우 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은 지난 2018년 2월 8일(1033포인트 하락)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3.35%, 3.71%씩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 증시는 이날 하루 만에 연초 이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는데, 특히 글로벌 경기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기업들과 항공 업종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증시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우한 코로나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5.43% 폭락했고, 독일 DAX 30 지수와 프랑스 CAC 40 지수도 각각 4.01%, 3.9%씩 하락했다. 여행·항공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는 그동안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 중심으로 증시 하락이 나타났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미 NBC 방송은 "한국이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이탈리아에서 환자가 크게 늘면서 뉴욕 증시에서 매도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김지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외 지역에서 우한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글로벌 경기 둔화 공포가 높아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유럽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생산되는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미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증시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팬데믹' 공포에 안전 자산 초강세

반면 '안전 자산'으로 통하는 금·달러·채권 가격은 초강세를 이어갔다. 24일(현지 시각)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0.1bp(1bp=0.01%)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며 최근 3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고, 유로·엔 등 6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도 0.1% 상승했다.

금값도 고공 행진 중이다.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7.80달러(1.7%) 상승한 1676.60달러에 마감해 2013년 2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KRX금시장에서도 금 1g당 가격(종가 기준)이 지난달 20일 5만8150원에서 25일 6만3550원으로 한 달여 만에 9.3% 뛰었다. 전문가들은 "중국 외 아시아와 유로존의 질병 확산 통제 수준이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한 코로나 사태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을 경우 주요 국의 경기 부양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