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코로나(코로나19) 감염 공포로 이달 제조업 체감경기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수출 감소와 부품 수급 차질로 인한 생산 축소 등이 반도체 등 주력 업종에 직격타로 작용하면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내수가 마비되면서 비제조업의 체감경기도 4년만에 최악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지난 25일 용산구 방역 관계자들이 LS타워 방역 작업을 마친 뒤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20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의 업황지수는 65으로 전월(76) 대비 11포인트(P) 떨어졌다. 2016년 2월(63) 이래 4년만의 최저치다. 낙폭도 역대 최대인 2012년 7월과 같다.

제조업 업황지수는 지난해 8월 68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까지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이달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면서 급락했다. 과거 메르스가 발병했던 2015년 6월에는 제조업과 비제조업의 업황지수가 각각 전월대비 7P, 11P 급락한 바 있다.

기업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치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황지수가 60대인 것은 체감경기를 비관하는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이다.

제조업 업황지수가 폭락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주요 제조업이 수급 차질, 수출 감소 등으로 타격을 입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이 줄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전월 대비 -18P 감소해 업황지수를 끌어내렸다. 부품수급 차질로 완성차 업체 생산가동이 일시 중단되면서 자동차도 -18P 감소했다. 전방산업(자동차) 부진 여파로 금속가공도 -11P 하락했다.

한 달 뒤 경기를 내다본 제조업 업황전망지수(69)도 8P 하락했다. 하지만 이달 조사기간이 2월 중순으로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이후 상황을 전부 반영하지 않아,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우한 폐렴) 여파로 텅 빈 식당.

이달 비제조업의 업황 지수는 64으로 전월 대비 9P 급락했다. 이역시 직전 최저점인 2016년 2월(64)과 같다. 여객 등 감소로 운수창고업이 -24P 폭락했고, 소비 부진으로 도소매업이 -13P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업황지수를 끌어내렸다. 게임업체 매출 감소 등으로 정보통신업도 -10P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민들의 외식과 쇼핑, 여행 등 외부활동이 전면 중단되면서 관련 업종 업황은 고사 상태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산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대비 8.5P 하락한 87.2를 기록했다. 여기에서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ESI 순환변동치는 0.9P 하락한 89.7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