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앞으로 1~2주일 동안 계열사별 재택근무를 확대 실시한다"고 24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SK㈜ 등은 필수인력 20~30%를 제외하고는 모두 재택근무하기로 했다.

출근 시간도 1시간 늦췄다. 오전 10시 서울 서린동 SK 본사 입구에는 사장·부사장 등 모든 임직원이 다 체온을 재다 보니 200m가 넘는 긴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높이자, 기업들도 한층 강화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회사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회사나 공장 전체를 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은 '시차 출퇴근제' '시차 구내식당 이용'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 다양한 코로나 예방 수칙을 발표했다. '회식 전면 금지' '식사 중 대화 금지' '나란히 앉아 밥 먹기' 등 직장생활 풍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에는 '왕따 직원'만 살아남는다" "뭉치면 죽는다. 흩어져야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뭉치면 죽는다, 흩어져야 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18만 회원 기업들에 출퇴근 시차제를 자율 실시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가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이런 권고안을 내놓은 것은 136년 대한상의 역사상 처음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기업들은 위험 요소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컨틴전시 플랜' 등을 내놓고 있다. "모든 임직원의 사업장 간 출장 금지" "외부 방문객 출입 금지" 등은 기본이다. 현대차·SK그룹·LG전자 등 주요 기업은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기자실을 당분간 폐쇄했고, 네이버는 외부인이 드나드는 본사 1층 카페와 가게를 폐쇄했다. GS그룹은 역삼동 GS타워에 별도 접견 공간을 마련해 외부인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 비상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연일 예방책을 내놓고 있다. "출퇴근 버스 이용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탑승이 제한된다.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라며 '노 마스크, 노 엘리베이터'라는 조치 사항을 이날 전체 임직원에게 전달했다. 또 식당을 이용할 때는 마주 보지 않고 한 방향으로 앉아 식사하기, 떨어져 앉기, 식사 중 대화 자제 등 에티켓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임신부 재택근무는 기본

급변하는 근무 환경에 임직원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당근책도 내놓고 있다. 효성그룹은 이날 "모든 임직원에게 마스크 구입비 6만원을 25일 급여 계좌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카카오·네이버 등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특히 더 위험한 임신부 직원은 우선적으로 재택근무하도록 했고, 어린아이나 노부모를 돌보는 직원도 집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일부 기업은 '전 직원 재택근무' 등 더 강도 높은 재택근무책을 내놓았다.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는 25일부터 1800여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대구에 본사를 둔 한국가스공사, 한국감정원 등 공기업도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자가 진단 앱을 만들어 배포했다. 모든 임직원이 37.5도 이상 열이 나는지, 기침·인후통 등 건강 이상 여부, 확진자·의심자 접촉 여부 등을 매일 1회 이상 반드시 입력하도록 했다.

◇국내 최대 규모 전시회도 취소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기업·정부가 준비하고 있던 각종 대규모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코엑스는 다음 달 4~6일 '국내 스마트공장 관련 역대 최대 규모 전시회'로 열릴 예정이던 '스마트공장 자동화산업전'을 24일 취소했다. 이 전시회는 국내 처음으로 3만6000㎡ 코엑스 전관(全館)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오는 5월 열리는 부산모터쇼 역시 수입차 업체들의 잇단 불참 통보로 '국산차만의 전시회'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