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끼남’-농심, ‘편스토랑’-CU… 방송 뜨니, 상품도 뜨네

"파의 향과 삼겹살이 조화를 이뤄 풍미가 장난이 아닙니다." 케이블방송 예능 프로그램 ‘라끼남’에 출연한 방송인 강호동이 지리산에서 농심 안성탕면에 파와 삼겹살을 넣어 만든 ‘파삼탕면’을 먹은 후 한 말이다. 라끼남은 강호동이 전국을 돌며 자신만의 레시피로 라면을 끓여 먹는 먹방(먹는 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방송에는 오직 농심 브랜드만 나온다. 농심이 라끼남 제작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지원은 물론 영화·드라마·예능 방송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에 특정 상품을 노출하는 간접광고(PPL)가 인기다. 최근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농심 ‘짜파구리’가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PPL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방송인 강호동이 전국을 돌며 자신만의 레시피로 라면을 만들어 먹는 예능 프로그램 ‘라끼남’.

눈에 띄는 PPL은 TV 드라마다. 남한의 재벌 딸과 북한 군인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 ‘사랑의 불시착’과 야구를 소재로 한 ‘스토브리그’가 15%대까지 시청률이 오르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착용한 시계와 주얼리, 음식, 타는 자동차 등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사랑의 불시착’에서 패션·뷰티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나온 손예진의 패션 스타일이 연일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축구 선수 손흥민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손세이셔널’에 등장한 빙그레 아이스크림 슈퍼콘도 축구를 좋아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손흥민은 슈퍼콘 광고 모델이었고 이 점을 활용한 빙그레는 손흥민이 국내 팬들을 만날 때 선물로 줄 수 있는 슈퍼콘을 제공했다.

단순히 상품을 노출하는 것을 넘어 제작지원을 통해 아예 프로그램 콘셉트를 상품에 맞추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라끼남이 라면 먹방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상파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은 음식 개발을 주제로 편의점 CU가 제작지원에 참여했다.

편스토랑은 연예인들이 출연, 자신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개발하고 경쟁한다. 1등을 차지한 상품은 CU 전국 매장에 출시된다. CU 관계자는 "편스토랑에 음식 개발 과정은 물론 음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광고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편스토랑을 통해 출시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다. 개그맨 이영자가 개발한 ‘파래탕면’의 경우 지난달 25일 출시한 이래 3주(1월 25일~2월 12일) 동안 CU 라면 제품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패션·뷰티 기업 CEO로 나온 손예진의 패션 스타일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지원과 PPL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의 흐름과 상관없는 상황을 만들어 무리하게 PPL 상품을 노출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는 PPL이 가진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라끼남의 경우 ‘왜 농심 라면만 먹냐’며 대놓고 광고를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2년 방영한 드라마 ‘패션왕’은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제작을 지원했지만, 당시 주인공인 유아인이 잭앤질, 디아도라 등 다른 의류 브랜드 전속 모델로 활동하고 있어 제대로 된 광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유아인이 에잇세컨즈 등 제일모직 브랜드 옷을 입고 드라마에 나왔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잭앤질, 디아도라로 혼동했다.

극중 악역을 맡은 배우에게 상품을 지원했다 낭패를 겪은 사례도 있다. 수입차 브랜드 아우디는 2002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에 차량을 제공했다. 하지만 극중 살인자인 이성재가 차를 타고 나오면서 오히려 아우디 브랜드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는 흥행했지만, 아우디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