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금값이 연일 뛰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안전자산에 몰리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우려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제련기업들은 매출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선물은 온스당 1621.6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2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씨티그룹은 향후 1~2년 내에 금 가격이 2000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금값이 치솟고 있다. KRX금시장에 따르면, 21일 오후 1시 30분 현재 1㎏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은 전일대비 1.64% 오른 6만2510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4년 3월 금시장을 개설한 이후 최고가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오른 수준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금괴를 생산하는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기업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기업은 본업인 구리‧아연 정련 과정에서 부업으로 금‧은 등 귀금속을 생산하고 있다.

LS니꼬동제련은 매년 순도 99.9% 금을 40~60t 생산해 국내 최대 금 생산업체로 꼽힌다. 2018년 연간 매출(7조4000억원) 중 금‧은‧백금‧팔라듐 등 귀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27%였다. 금뿐만 아니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팔라듐 가격도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도 아연, 납, 금, 은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2018년 매출액을 살펴보면, 아연 42%, 납 20%, 은 20%, 금 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 환경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달러와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고려아연 실적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아연 가격이 지난해 평균(2926달러)을 밑돌고 있지만, 금값이 오르면서 고려아연의 실적을 방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제련업체들은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영업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광석을 사올 때부터 금 함유량을 파악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금이 많이 포함돼있거나 가격이 높을수록 원자재 구매 가격도 올라가게 된다.

한 비철금속 업계 관계자는 "금값 상승이 매출 증가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단기 차익을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