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던 일부 업체가 상장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시장이 잠잠해진 후 업황이 좋을 때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일부 기업이 상장 일정을 미루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했던 화장품 소재전문업체 엔에프씨는 청약 일정을 다음 달 18~19일로 미뤘다. 원래 이번 달 초 수요예측을 한 다음 공모가를 확정해 청약을 진행하려고 했다.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016360)은 코로나19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장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통·화장품 업종은 코로나19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업황이 개선되는 때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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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 시장 최대 기대주로 꼽힌 호텔롯데도 코로나19 사태로 상장 일정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2015년·2016년 등 상장을 몇 차례 추진했지만 경영권 분쟁·국정농단 수사·사드 보복 사태 등에 막혀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올해 IPO를 재추진해 자금 조달을 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코로나19로 주수익원인 면세사업 실적이 꺾이는 암초를 만났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상장 계획이 정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지연됐다고 보기는 애매하다"면서도 "업황이 좋고 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시기를 정해 상장 준비를 할 것이라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했다.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카드도 코로나19 여파로 상장 일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카드 업황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번지면서 소비가 침체돼 카드 매출액도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 소비 관련 업체의 상장 일정은 실적 악화 등으로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소비 관련 업체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분간 유통·관광 업체의 IPO 일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도 사정이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올해 IPO를 예고한 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증가한 비용과 코로나19 겹악재에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허베이성 우한을 중심으로 병이 확산하면서 에어비앤비는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다. 중국 가사 서비스 기업 ‘58 홈’도 코로나19 충격으로 미국 시장 IPO를 연기했으며 일본 레스토랑 체인 ‘다이키야’도 같은 이유로 지난 12일 홍콩에 상장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