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정책을 만드는 경제부처의 과장 절반 이상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컨트롤타워의 리더십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 경제부처 과장들은 현 정부 경제정책이 공정 등 경제정의를 실현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경제활력을 저하시켰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내렸다. 경제정책의 부정적인 면으로는 사회갈등을 유발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2020년 1월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게 이란사태에 따른 한국경제 대응방안을 설명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21일 조선비즈가 기획재정부 등 7개 경제부처 과장(서기관)급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6명(응답자 91명의 50.5%)이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부총리, 각 부처 장관 등 경제팀이 직위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부총리 등이 직위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5명(49.5%)으로 집계됐다.

경제부처 과장들의 경제정책 리더십에 대한 인식은 긍정과 부정적 평가가 팽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료생활을 이미 15년 이상 경험했고, 정책 수립에 깊숙하게 참여하는 과장들이 자신들을 지휘하는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각 부처 장관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더 많이 했다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한 차관급 전직 관료는 "정책 수립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중앙부처 과장 절반 이상이 현 정부 경제컨트롤타워에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은 뜻밖의 결과"라면서 "정책을 수립하는 관료들조차 현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경제부처 관료들의 평가도 긍정보다는 부정이 앞섰다. 현 정부 정책의 ‘긍정적인 부분이 없다’는 응답(20%)이 ‘부정적인 부분이 없다’는 응답(10%)의 두 배였다.

현 정부 정책의 부정적인 부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2.5%가 ‘경제 활력 저하’를 지목했다. 사회갈등 유발을 부정적 효과로 지목한 응답도 56.3%에 달했다. 정책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응답은 16.7%, 소득 불균형을 악화시켰다는 응답은 12.5%로 집계됐다. 부정적인 부분이 없다는 응답은 10.4%에 불과했다.

현 정부 정책의 긍정적인 부분으로는 ‘공정 등 경제정의 실현’(68.5%)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재벌 중심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사익편취행위 근절, 갑을 문제 해결 등에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긍정적인 부분은 경제정의 실현 외에 ‘소득 불균형 개선’, ‘사회통합’, ‘경제활력 증진’, ‘정책 신뢰도 증가’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긍정적인 면이 ‘없다’는 응답도 많았다.

경제부처 과장들은 정책 수단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치로 ‘경제활동의 자유도 확대’(55.1%)와 ‘정책의 시장 수용성 여부’(54.1%)를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시장 기능의 부작용 차단’, ‘소득불균형 완화 및 사회적 안정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도 각각 40.8%와 34.7%였다. 현 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한 지 여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응답은 10.2%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경제 관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각 부처 과장급 간부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7일까지 실시됐다.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7개 부처 팀장, 과장 보직을 가진 서기관 이상 500명을 상대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 중 100명(응답률 20%)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