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션 팩트(왼쪽)처럼 위아래로 화면을 접고 펴는 갤럭시Z플립(오른쪽).

김성민(기기 스펙에 민감한 12년 차 기자) 갤럭시Z플립은 출시 전부터 외신에서 워낙 보도가 많아, 사실 큰 기대가 없었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별로 예뻐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만져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은 형태인데 나름 매끄럽게 빠졌다. 삼성전자는 작년에 책처럼 좌우로 접는 '갤럭시폴드'를 내놔, 폴더블폰 시대를 열었다. 이번엔 위·아래로 접는 폰을 내놓은 건데, 데뷔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성호철(아내·딸은 아이폰 마니아지만, 꿋꿋하게 LG전자 폰 쓰는 테크팀장) 처음 잡았을 때 그립감이 좋았다. 10년 전 아이폰3GS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가 생각났다. 당시 '아이폰은 그립감이 다르구나'라고 놀랐었다. 작은 사각형 모양의 Z플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손안에 쏙 들어오고 반질반질하고….

최인준(갤럭시노트가 세상에서 제일 맘에 든다는 30대 기자) 맞는다. 크기가 일반 스마트폰 절반이니 휴대하기도 간편하다. 바지 주머니에도 쏙 들어가 휴대성은 엄청 좋아지긴 했다. 여성의 경우 작은 클러치백에도 쓱 넣을 수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성민 디자인만 보면 진짜 파운데이션 콤팩트 느낌이 난다. 본래 한 손으로 Z플립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툭 밀어서 여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정작 '촥' 하고 펼치기는 불가능했다. 두 손으로 고이 잡고 열어야 한다. 뭐, 파운데이션 콤팩트도 두 손으로 여니까, 이걸 단점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인준 난 화면을 한 번에 촥 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각도만큼 직접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각도에서 셀카를 찍을 수 있잖은가. 요즘 대세는 내가 찍은 것 같지 않은 셀카다. 겉면에 있는 아주 작은 디스플레이도 맘에 든다. 1.1인치 크기로, 시계를 보여주는 창인데, 눈곱을 몰래 뗄 때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호철 디테일을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접히는 부분 바깥 면에 'SAMSUNG'이라는 로고가 있는데 딱 보곤 '역시 디자인에 별생각 없는 삼성인가'라고 생각했다. 근데 형광등을 비추자, 로고가 빛을 반사하며 살짝 무지개색으로 바뀌었다. 삼성 개발팀은 고민했을 것이다. 애플이 폴더블폰을 만들면 어떻게 만들까 하고 말이다. 줄곧 아이폰만 고집하고, 갤럭시 시리즈를 살짝 무시하는 아내가 Z플립을 보더니, "이건 한번 갖고 싶다"고 평했다. 역시 아이폰을 쓰는 초등학생 딸도 딱 보더니 "와 예쁘다. 애플 거야?"라는 반응이었다.

①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을 90도 접어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셀카 촬영을 하고 있다. ②Z플립은 가운데 접히는 부분이 미세하게 움푹 들어가 있어 빛에 의한 왜곡이 살짝 있다. ③Z플립 디자인은 애플 제품을 떠올리게 할 만큼 세련됐다.

성민 Z플립이 명품 업체인 톰브라운과 협업해 한정판을 내놓았는데, 이것도 특이했다. 명품 브랜드가 아무하고나 협업하지는 않지 않나. 물론 한정판 이름 붙이고, Z플립 겉면에 톰브라운 디자인을 서너 줄 입힌 다음, 가격을 대략 2배인 290여만원으로 높인 건 불만이지만. 톰브라운 에디션은 벌써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인준 많이 팔릴까. 화면을 접는 것 외에 다른 무엇이 있느냐. 갤럭시폴드는 화면이 커서 태블릿 대신 쓸 수 있는데 이건 화면이 작다. 펼쳐봐야, 다른 스마트폰 화면 크기다. 플렉스 모드라고 한 화면을 2개로 나눠 쓸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정작 이런 기능을 제대로 활용한 앱은 몇 개 없다.

성민 화면이 접히는 부분에 주름도 여전히 또렷하게 보인다. 갤럭시폴드 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역시나 거슬린다.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UTG·Ultra Thin Glass)를 썼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여전히 화면은 유리의 딱딱함은 없고, 물렁한 느낌이 있다. 손톱으로 화면을 그어보니 자국이 남았다. 시간이 지나니까 자국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100% 만족이라고 하긴 어렵다.

호철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동영상을 자주 보는 소비자라면, Z플립 구매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가운데 있는 주름이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시원하게 큰 화면도 아니다. 보는 사람보다는 찍는 사람에게 좋은 폰이다. 유튜버라면 폰을 반만 열어 책상 위에 놓고 셀카를 찍거나 이를 손바닥에 놓고 돌아다니며 동영상 찍기에 좋을 것 같다.

인준 겉면에 지문이 엄청 묻는 건 거슬린다. 검은색 말고 퍼플색도 써봤는데 퍼플은 지문 때가 더 많이 묻었다. 차라리 무광으로 했으면 더 좋았겠다.

성민 이 폰의 스펙을 숫자로 비교해봤는데, 최근 나온 모토롤라 폴더블폰인 '레이저'보다는 모든 면에서 낫다. 하지만 요즘 쏟아지는 다른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비하면 스펙이 조금 떨어진다. 굳이 비교하자면 1년 전 나온 갤럭시S10과 비슷한 스펙이다. 요즘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스피커가 2개씩인데 이 폰은 1개다. 또 Z플립을 비즈니스용으론 쓰기엔 사실 불가능하다. 갤럭시폴드는 대화면이라 회의 보고서 등을 다 볼 수 있지만 Z플립은 다 펴도 갤럭시노트10+보다 화면이 작다.

호철 개인적인 감(感)이긴 하지만, 난 Z플립 대박 난다에 한 표다. 대박 나는 스마트폰의 공통점은 커피숍에 갔을 때 남들 보라고 테이블에 올려두고 싶다는 것이다. 무심한 듯 Z플립을 테이블에 툭 올려놓으면, 백이면 백, 친구가 '그게 뭐야'라고 물어볼 것이다. 그때 '아, 이거 폴더블이야'라면서 건네준다. 과시용의 끝판이다. 사실 작년에 나온 갤럭시폴드는 접었을 때 세로가 긴 '바' 형태여서 외형만 봐선 별로였다. 실용성이 최고라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만 가지곤 스마트폰은 대박 안 난다. 갤럭시폴드는 아무리 테이블에 올려놔도 아무도 이게 뭐냐고 묻지 않았다. Z플립은 다르다. 한 3개월은 허세 놀이에 푹 빠질 수 있다. 단, 테이블에 올려놓을 땐 겉면의 지문 때를 옷깃으로 깨끗이 닦아야겠지만.

성민 Z플립을 남자 3명이 리뷰하는 건 엔지(NG)다. 여성이 더 좋아할 법한 폰이다. 테크팀 막내이자 센스 만점인 오로라 기자에게 한 줄 평을 부탁해봤는데, 그녀의 답은 '내 돈으로 사기엔 아깝고 누군가 나에게 선물해주면 참 좋을 폰'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