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업계가 올해 ‘맥주 종량세’ 시행을 계기로 제품을 다양화하고 해외시장에도 진출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맥주 종량세는 맥주의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제도로 올해부터 시행됐다.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냈던 기존 종가세와는 다르다.

윤정훈 플래티넘맥주 부사장이 19일 ‘종량세 시대, 맥주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종량세 전환을 환영했다.

윤정훈 플래티넘맥주 부사장은 19일 ‘2020 대한민국 맥주산업박람회’ 주최·주관사인 GMEG가 ‘종량세 시대, 맥주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언론 간담회에서 "수제맥주 업체들은 지금까지 세제 문제로 다양한 시도를 못해 성장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종량세가 도입되며 개성이 뚜렷한 국내 양조장이 늘어나고 국내 맥주 시장이 다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 업계는 새해부터 맥주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호재를 맞이했다. 그동안 수제맥주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와 재료비, 복잡한 공정 등으로 대량 생산 맥주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종량세 전환으로 캔 맥주 기준으로 최대 30% 세금 절감 효과를 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종량세 전환 후 수제맥주 가격인하가 이어지고 있다.

맥주 종량세 개편은 편의점들이 수입 맥주를 '4캔 1만원'에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국산 맥주는 과거 종가세 체계에서는 포장비, 판매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반면 수입맥주는 신고가가 기준이라 국산맥주보다 낮은 세금을 냈다. 이 때문에 '수입맥주 4캔 1만원' 행사가 가능했다. 이를 놓고 국내 맥주업계는 수입맥주와의 과세 형평성 문제로 생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후 주세 개편이 추진됐다.

일부 수제맥주 업체들은 종량세 전환 후 편의점 등에서 수입맥주 브랜드가 진행해온 '4캔에 1만원'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 잡지 ‘비어포스트’의 이인기 대표는 "종량세로 소규모 양조장과 상업 양조장이 공평한 운동장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미국 시장에서는 수제맥주 비중이 전체 시장의 20%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도 종량세 시행으로 현재 1% 수준의 수제 맥주 비중이 1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제맥주 업계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다음달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맥주산업 전문 박람회 'KIBEX 2020'에서 행사 주최사는 미국의 수제맥주 양조자협회(Brewers Association)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지속적인 협력과 교류를 약속하는 것이다.

세계 최대 수제맥주 시장인 미국의 수제맥주 양조장협회에는 양조장, 수입사, 유통사 등 맥주업계 최고경영자 등 1만명이 소속돼 있다. 미국에는 2018년 말 기준 7500개에 육박하는 맥주 양조장이 운영되고 있고 수제맥주 매출이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체 맥주 시장 매출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KIBEX 행사를 준비 중인 이해정 GMEG 대표는 "영화, 가요 등 한국의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데, 한국 맥주도 ‘K-비어’로 각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