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효과로 미국 내 아시안 푸드 관심↑…. 농심 '짜파구리' 인기
CJ '비비고 만두, 삼양 '불닭볶음면' 등 韓 식품업체 파급 효과 전망

영화 ‘기생충’ 열풍으로 전 세계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인기가 급상승한 가운데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식품업계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미국 가공식품 내 ‘아시안푸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약 5조원)에 이른다. 미국 사회 비주류에 속했던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다. 2025년까지 아시안 푸드 성장률은 7.8%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생충 영화에서 주인공 연교(조여정)가 짜파구리를 먹고 있는 모습.

특히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미국 내 ‘아시안푸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가 대표적이다. 짜파구리는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조리한 음식으로, 영화 ‘기생충’에서는 극중 박 사장(이선균)의 아내 연교(조여정)가 한우 채끝살을 올린 짜파구리를 먹는 장면이 등장해 화제가 됐다. 짜파구리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른 이후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농심도 기세를 몰아 ‘기생충’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인 지난 10일에는 유튜브를 통해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소개했다. 미국 시장에 용기면 형태의 짜파구리 제품을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내에 비해 봉지면 문화가 낯선 현지 상황을 고려해서다.

농심은 국내 식품업체 중에서도 미국 매출 비중(13%)이 큰 업체 중 하나다. 농심의 미국 매출액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2.3% 증가했다. 지난해 농심은 전체 매출의 약 40%인 8억1000만달러(약 9591억원)를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 달성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 중부 개발을 위해 영업소와 물류 창고를 구비한 만큼, 앞으로도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농심의 미국 공장 가동률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제2공장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캘리포니아주(州) 내 약 15만 4000㎡(4만 6500평) 부지에 지어질 제2공장은 농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로, 2021년 말 가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미주 지역에서 현재의 두 배 가량인 6억달러(약 713억원) 규모의 매출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지난 5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대 앞에서 비비고 푸드트럭을 운영한 가운데 시민들이 푸드트럭 앞에 줄을 서 있다.

‘기생충’ 효과로 미국 시장 비중을 확대하려는 다른 국내 식품업체도 성장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시장 내 한국 식품업체의 성장세가 과거 중국만큼 폭발적이진 않지만, 미국 매출이 각 사의 전사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기생충’ 효과로 아시안푸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중장기 성장 여력은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097950)의 미국 매출 비중은 10%(가공식품 내) 정도로, 2018년 인수한 미국 대형식품 업체인 ‘슈완스’까지 포함하면 45%에 이른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년간 미국 매출이 매년 25.8%씩 증가했다. ‘비비고 만두’ 판매 호조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비비고 만두는 전체 매출액 총 9000억원 중 62.2%인 5600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이달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건설한 김 생산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내 김 매출은 400억원 규모로, 해외 매출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올해는 슈완스 인수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된다.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CJ제일제당은 에피타이저 시장(만두)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슈완스는 메인 디쉬 시장(피자)에서 견고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월마트, 코스트코 등 납품처 증가에 따른 매출 증대도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 참여해 비비고 제품을 비롯한 한식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 뉴욕에는 ‘비비고 팝업 레스토랑’을 개점했고, 지난 5일에는 뉴욕대 앞에서 ‘비비고 푸드트럭’ 행사를 개최했다.

삼양식품(003230)(12%)과 풀무원(017810)(11%)도 미국 매출 비중이 큰 식품업체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인기로 지난 3년간 미국 매출이 40.9%씩 늘었다. 처음 출시됐을 땐 강렬한 매운 맛으로 마니아층을 겨냥했다는 평이 많았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불닭 챌린지’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량이 증가했다. 현재 ‘불닭면 시리즈’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 넘었다. 지난해 말부터는 미국 코스트코 입점해 올해 유의미한 매출 성장이 예상된다.

풀무원도 미국 법인 매출액이 지난 3년간 연평균 12.1% 증가했다. ‘나소야’ 브랜드로 판매되는 김치와 두부가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현지 맞춤형 포트폴리오 조정 등으로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5% 증가한 25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