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통구가 조정대상지역이 된다고 하니까 규제 직전에 ‘막차’ 타겠다는 발 빠른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가 지난 주말 꽤 많았어요. 집주인이 배짱부리며 호가를 내리지 않아 거래는 별로 없지만, 몇천만원이라도 싼값에 나오면 연락 달라는 문의는 수두룩합니다."

수원 영통구 벽적골8단지 두산우성한신아파트.

정부가 이른바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중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직후인 지난 17일 찾은 수원 영통구 한 공인중개업소. 기자와 만난 영통동 J공인 관계자는 정부 규제 검토를 이유로 급매물이 나오면 잡으려는 대기수요가 많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영통구는 올해 초부터 2월 10일까지 집값이 6.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9% 오르는 데 그쳤다. 영통구는 지난해 말부터 완벽한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는데, 규제 발표 이후엔 매수자와 매도자의 분위기가 팽팽해졌다고 한다. ‘올려 잡겠다’는 수요는 일단 멈췄지만, 호가가 떨어지면 사겠다는 대기수요는 많은 모습이었다.

◇"호가 떨어지면 연락 달라" 매수 문의 증가

이날 수원 영통구 일대에서 만난 공인 관계자들은 "정부 발표 이후에도 매수자 문의가 많았다"고 했다. J공인 관계자는 "벽적골8단지 전용 59㎡는 실거래가 기준 역대 최고가가 3억5000만원, 호가는 3억7000만~3억8000만원대인데, 정부 발표 이후 ‘호가 떨어졌느냐'는 매수자 문의가 많았다"고 했다.

그는 "호가가 떨어지지 않아 거래는 없었지만, 3억2000만원까지만 내려와도 사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덧붙였다. 이 단지는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풍선효과가 나타난 대표적 단지다. 지난해말 역대 최초로 3억원을 돌파한 뒤 연일 신고가를 쓰고 있다.

망포동 힐스테이트영통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망포동 영통뉴힐스공인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인 지난 주말 전용 71㎡가 계약됐는데, 이전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됐다"며 "매수자가 이 단지 71㎡ 두 개 매물을 비교 중이었는데, 갑자기 한쪽 집주인이 정부 발표 이후 호가를 전보다 4000만원 올리자 매수자가 급하게 다른쪽 주인과 계약했다"고 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로 각각 제한된다. 보유 현금이 적은 수요자가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기가 전보다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추가 과세 등이 적용돼 비규제지역보다 차익 실현이 어렵다.

그럼에도 수요가 여전한 것은 학습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통동 B공인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만큼 ‘센 규제’는 아니지 않느냐"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광명이나 동탄2의 경우 단기적으로 주춤하고 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이곳 수요자들도 규제는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지역 특수성도 거론된다. 영통동 K공인 관계자는 "벽적골주공의 경우 59㎡가 3억원대를 갓 넘길 정도로 금액대가 비싸지 않아, 서울만큼 고점론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수원 영통구 힐스테이트영통.

◇"주춤하고 더 간다" 호가 안 낮추는 집주인… 거래는 드물어

매수인 수요가 여전히 강한 것을 아는 매도인은 역시 버티는 모양새다. 다만 일부 집주인이 규제 예고가 나온 이후 호가를 오히려 올리는 것과 달리 상당수는 호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망포동 A공인 관계자는 "매도인들 대부분은 영통구가 장기 저평가지역이었다는 점을 볼 때 집값이 더 오를 거라고 생각해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저가 매물을 잡겠다는 매수인과 일단 지켜보자는 매도인 사이에서 거래는 뜸한 분위기다. 영통동 B공인 관계자는 "매수인과 매도인 양쪽으로부터 여기저기 전화는 많이 오는데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며 거래는 잘 안 된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16 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인 구리와 투기과열지구인 광명에서 집값 오름세가 오히려 두드려졌다는 점을 볼 때 영통구도 조정대상지역에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면서 "시중 유동자금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급등세는 다소 꺾이면서 보합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 지점장은 "생각하지도 못한 지역에서 역대 최고가가 발생하는 이유는 유동자금이 워낙 많은데 부동산 말고 딱히 갈 곳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매수자의 세금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집값이 계속 오르긴 어렵고 보합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