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이후 국내 항공사들이 제주 노선 운항 횟수를 35%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중국인이 많이 찾기 때문에 코로나 감염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제주 여행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선 중 유일한 흑자 노선인 제주 노선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항공업계에선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17일 본지 취재 결과, 국내 9개 항공사는 우한 폐렴 발생 전인 지난달 주 1225회였던 제주 노선 운항 횟수를 주 802회(운항 중단 결정 포함)로, 35% 줄였다. 대한항공은 주 209회에서 169회로, 아시아나항공은 주 187회에서 96회로 줄였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입은 타격은 더 크다. 중·단거리 노선 의존도가 높은 LCC 업계에 제주 노선은 일본·중국·동남아와 함께 4대 황금 노선이었는데 이 노선이 모두 올스톱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기존 주 230회였던 제주 노선을 150회로, 진에어도 주 140회에서 56회로 감편했다. 티웨이항공은 주 182회에서 112회로, 이스타항공은 주 168회에서 131회로, 에어부산은 주 70회에서 56회로 줄였다.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도 다음 달부터 주 14회에서 7회로 감편한다. 에어서울만 주 25회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국내 항공업계의 취약한 사업 구조가 확연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국내 항공사들은 여객 매출의 90% 이상을 국제선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선 중에서는 제주 노선에서만 흑자를 봤다. 반면 미국·중국·일본 등 항공사들은 국내선 매출이 50% 이상이라 우한 폐렴과 같은 국제 이슈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 견디다 못한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진에어는 17일 "전 직원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최대 1년간 무급 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은 임원 임금 반납, 무급 휴직 등을 하고 있다. LCC 업계 한 임원은 "비행기를 세워두고 인건비를 줄이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