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서 '조기패소 판결' 받아
미국 ITC, 10월5일까지 '최종결정'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양사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ITC의 ‘최종결정’이 남았지만, 현재로선 LG화학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왼쪽부터)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미 ITC는 14일(현지시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ement)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으로, 더 이상의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당초 3월 초로 예정된 변론 등의 절차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10월 5일까지 ITC위원회의 최종결정을 받아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29일 LG화학이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이번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하고, 앞서 지난해 4월 8일 LG화학이 내용증명 경고공문을 보낸 직후 3만4000여개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인멸 정황이 발각된 바 있다.

또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포렌식을 해야 할 75개 엑셀시트 중 1개에 대해서만 진행하고, 나머지 74개 엑셀시트는 은밀히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정황 등도 드러났다.

이에 LG화학(051910)은 지난해 11월 5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판결’을 요청했다.

ITC 홈페이지 조기패소판결 화면 캡쳐

LG화학은 "조기패소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SK이노베이션(096770)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조기패소 판결과 관련해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아 검토한 후,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며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관계이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ITC가 최종결정에서도 패소 판결을 유지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의 미국 판매가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