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라임자산운용과 금융당국이 펀드의 실사 결과와 회수율, 불법행위 혐의 등을 발표하자 라임 펀드 투자자들은 회수율보다 소송 가능성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분쟁조정과 소송을 하더라도 아예 ‘펀드 계약 취소’를 원하는 상황이다.

16일 법조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라임과 금융당국의 발표가 잇따르자 문제가 된 라임 펀드 투자자들은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서 민사소송 준비 방법과 일정 등을 묻고 있다. 이들은 피해를 본 라임 펀드에서 최대로 자금을 회수하는 것보다 사기 판매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계약 취소 판결을 받고 싶어한다.

DLF(파생결합펀드) 피해자가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DLF 사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개최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우리·하나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아닌 사기판매를 주장하며 계약 무효와 일괄배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앞서 법무법인들은 형사고소를 진행하며 라임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형사소송이 민사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라임 사태로 피해를 본 투자자 35명을 대리해 서울남부지검에 라임과 판매사인 대신증권(003540)임직원 등 60여명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법무법인 광화를 비롯해 법무법인 한누리 등은 라임 펀드 투자자 의사에 맞춰 민사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법무법인 우리도 피해자를 모집해 불완전판매 손해배상 청구 또는 판매회사를 상대로 펀드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는 내용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법원에 제기된 라임 민사 소송은 2건이다. 한 투자자는 지난달 2일 라임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투자원금 1억원의 절반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넣었다. 다른 투자자는 투자원금 9억원을 돌려달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민사소송으로 펀드 계약 취소 판결을 끌어 낼 수 있을지는 ‘실제로 사기 행위에 해당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민법 110조에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지만 불완전판매라고 다 사기는 아니다"라며 "상품의 중요한 부분에서 판매사가 상대방을 기망(欺罔)했다는 게 입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사기에 의해 금융 계약이 취소된 사례는 많지 않다"고 했다.

금감원이 주도하는 분쟁조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분쟁조정이란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당사자 간 협의를 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환매가 중단된 라임의 3개 모(母)펀드 중 하나인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사기 등 불법행위가 상당 부분 확인돼 조속히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고 상반기 중 조정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금감원 분쟁조정2국, 민원분쟁조사실, 각 권역 검사국이 ‘합동 현장조사단’을 꾸려 다음 달 초 사실조사에 착수한다. 오는 4~5월 법률 자문을 통해 사기와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등의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법무법인 한누리 소속 변호사는 "금감원 발표 내용 중 분쟁조정에서 ‘계약취소’라는 말이 들어간 건 고무적"이라며 "바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분쟁조정을 거칠 수 없기 때문에 분쟁조정 결과를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