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으로 불리는 국내 게임 대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일제히 두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중국 유통허가증(판호·版號) 발급 중단,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 구조조정, 이업종 인수합병(M&A) 등으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고난의 시기를 보내던 주요 게임업체들이 4분기 일제히 긍정적인 실적을 거두며 2020년 게임 산업 전망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서 게임산업이 일시적 호황을 맞고 있는 건 업계로선 호재지만 중국 판호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한다.

◇ ‘리니지의 힘’ NC, 글로벌 모바일 명가 넷마블 호실적

지난해 4분기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한 게임 업체는 ‘리니지의 힘’을 보여준 엔씨소프트(NC)였다. NC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411억원, 매출 5338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5.4%, 33.6%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9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출시 후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두달 이상 유지하고 있는 ‘리니지2M’이 실적을 견인했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1, 2위는 리니지2M과 전작인 리니지M이 차지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리니지 형제간 자기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을 우려했지만, 실제 매출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NC는 실적발표 후 이뤄진 컨퍼런스콜에서 "자기잠식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며 "비슷한 장르 타 게임에서 새로운 젊은층이 유입됐다"고 했다.

NC는 지난해 PC 게임 부문에서 4% 매출 하락을 겪었다.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길드워2 등이 큰폭의 매출 감소를 보인 탓이다. 그러나 PC에서도 발휘된 리니지의 저력이 기존 게임 인기 하락을 상쇄했다. PC 리니지와 리니지2는 2018년보다 매출이 각각 16%, 46% 늘었다. 생명력 유지를 위한 대규모 업데이트 덕이다. 2003년 출시한 리니지2는 지난해 2011년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렌탈 기업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며 ‘외도’ 논란에 휩싸였던 넷마블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502억원, 매출 55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2.1%, 13.3% 늘어난 결과다.

글로벌 시장 비중이 높은 넷마블은 해외 매출 덕을 톡톡히 봤다. 넷마블의 지난해 4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72%에 달했다. 전년 동기, 직전 분기보다 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넷마블 4분기 해외 매출은 3991억원으로 2018년 4분기보다 약 664억원 늘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총 매출 성장치인 647억원과 유사하다. 해외 매출이 실적을 견인한 것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주요 게임들이 북미, 일본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냈다"고 했다.

넥슨 V4 게임 장면.

넷마블의 장점은 고른 포트폴리오다. 4분기 매출 비중은 북미 30%, 한국 28%, 일본 15%, 유럽 11% 등이었다. 지역별 편중이 적고 중국 의존도가 낮아 판호 발급 문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RPG(39%), MMORPG(25%), 캐주얼(25%)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매출을 거두고 있다.

◇ 매각·구조조정 겪은 넥슨, 반등 성공… 해외 매출 감소 극복은 숙제

지난해 매각 추진과 구조조정을 겪은 넥슨은 4분기 영업이익 45억1800만엔(약 488억원), 매출 492억4300만엔(약 5318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는 2018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 7% 늘어난 수치다.

해외 비중이 높던 넥슨은 4분기엔 내수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 넥슨 한국 매출은 243억9300만엔(약 2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늘었다. 넥슨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 FIFA 온라인 4 등 주요 IP(지식재산권)가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총 매출 중 모바일 비중을 32%로 직전 분기보다 6%포인트 끌어올린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V4가 매출 상위권을 유지한 덕이다.

다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매출 156억3200만엔(약 168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보다 12%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일본과 북미, 유럽 매출도 각각 48%, 26%, 6% 줄어들었다.

국제 정보분석 업체 ‘멜트워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王者荣耀)는 2018년 2월 이후 처음으로 일간 이용자수(DAU) 1억명을 돌파했다. 텐센트의 또 다른 모바일 게임인 ‘화평정영’(和平精英) 역시 급성장기를 맞고 있다. 중국 모바일 빅데이터 서비스 업체 지광빅데이터(极光大数据)에 따르면, 이 게임은 일일 이용자수 6710만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5% 성장을 보였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성사될 경우 중국 시장 진출의 걸림돌인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발급 불허 문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