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공세에 韓 태양광 기업 줄도산
OCI, 국내 폴리실리콘 생산 포기…한화도 위기
국내 태양광 산업, 중국 의존도 높아지나

한국 태양광 소재 산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태양광 소재 기업들은 줄도산했다.

국내 유일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였던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5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폴리실리콘 업체 한국실리콘도 2018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나마 버텨왔던 OCI와 한화솔루션도 관련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중단할 상황에 놓였다. 태양광 모듈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두 회사가 사업을 접을 경우 국내 태양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화큐셀 제공

◇OCI·한화, 中 치킨게임에 폴리실리콘 사업 철수

OCI는 태양광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그동안 OCI는 전북 군산공장에서 연 5만2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해왔지만,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자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폴리실리콘 사업 부진으로 OCI는 지난해 180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OCI 국내 생산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이유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08년 kg당 400달러였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8년 17달러로 떨어졌고, 최근 7달러선으로 주저앉았다.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태양광 소재 기업들이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과잉이 심화된 영향이다. 폴리실리콘 손익분기점이 kg당 약 13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OCI는 지난 1년간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봤던 셈이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폴리실리콘 생산 원가는 한국산 폴리실리콘의 절반 수준"이라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5%에 달하는데, 중국 기업은 저렴한 전기료와 값싼 인건비,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국내 기업을 바짝 추격해왔다. OCI도 그동안 다양한 원가 절감 노력을 해왔지만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중국 상무부가 한국과 미국산 태양광 폴리실리콘에 반덤핑관세를 계속 물리기로 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앞으로 5년간 OCI와 한화솔루션은 중국에 폴리실리콘을 수출할 때 각각 4.4%, 8.9%의 반덤핑 관세를 내야 한다.

한화솔루션도 폴리실리콘 사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한화솔루션은 폴리실리콘 업황 부진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남 여수의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률을 서서히 낮춰왔다.

◇정부, 국내 태양광 육성하는데…"中 기업만 혜택"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태양광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제조사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문을 닫는 실정이다. 오히려 정부가 태양광 보급을 급격하게 확대하면서 값싼 중국산 태양광 제품의 국내 유입이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중국 태양광 모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6.5%에서 2018년 27.5%까지 올랐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태양광 원재료 가공)→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결정으로 만든 것·원통형 덩어리)→웨이퍼(원판·얇은판)→셀(태양전지)→모듈(태양전지를 한데 모아놓은 패널)→발전소(발전 시스템)로 이뤄졌다. 잉곳, 웨이퍼 등을 생산하는 국내 태양광 중간재 업체들은 중국의 치킨게임을 버티지 못하고 2012년부터 줄도산했다. OCI와 한화솔루션 마저 사업에서 손을 떼면 국내 태양광 소재 산업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국내 태양광 산업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중국과의 원가 격차가 커 정부가 이제 와서 지원책을 마련하더라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현재로서는 중국 태양광 소재의 가격 경쟁력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 국내 태양광 소재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전기료와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 등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