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의 차기 감사 자리를 놓고 금융권의 하마평이 무성하다. 은행연합회 감사는 연봉이 2억~3억원에 달하고 3년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다. 과거에는 주로 국장급 관료 출신이 가던 자리였는데, 최근 퇴직 후 재취업 제한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한국은행 출신 인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 부총재보 출신 인사가 차기 은행연합회 감사로 내정됐다는 말이 돌았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내정설에 반대하며 성명서를 냈다. 이 인사가 "한국은행 재직 시설 노조를 탄압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곧바로 이 인사를 감사로 내정한 사실이 없다며 소문을 진화했다. 그러자 또다른 전직 한국은행 출신 인사들이 은행연합회 감사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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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는 아직 차기 감사를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행 퇴직 임원들이 감사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사실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오는 3월 초 총회를 통해 은행연합회 감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인데 후보군은 어느정도 나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동안 은행연합회 감사는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등 관료 출신들이 주로 차지했다. 이정하 전 감사(2014년 선임)는 금융위, 정병기 전 감사(2011년)는 기재부 출신이었다. 두 전직 감사 모두 선임 당시 국장급이었다.

그러다 2017년 3월 한국은행 부총재보 출신인 허재성 현 감사가 오면서 관료 출신 감사 선임 전통이 깨졌다. 주로 국장급 관료들이 가던 자리에 한은 부총재보가 선임된 것을 두고 당시 ‘급에 맞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다. 앞선 감사들은 선임 당시 50대 초반이었으나 허 감사는 58세였다.

허 감사의 임기(3년)가 다음달 만료되면서 이 자리를 노리는 한국은행 퇴직 임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최근 몇년간 한은 임원들이 퇴임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자 은행연합회 감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감사로 근무하다 시중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많다.

대우도 나쁘지 않다. 은행연합회 감사는 성과급을 포함해 2억~3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사를 포함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고 3년의 임기도 보장된다. 은행연합회 차기 감사에 한국은행 퇴직 임원들의 하마평이 무성한 것은 한국은행이 퇴직 후 고정적으로 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물밑 노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한국은행 임원들 대부분이 갈 자리를 정하지 못하고 정년퇴임하고 있고, 고정적으로 한국은행 출신들이 가던 자리도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은행연합회 감사는 꼭 사수하고 싶은 자리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