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는 13일 식물성 고기·빵·소스로 만든 ‘미라클버거’를 출시했다.

통밀·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든 ‘식물성 고기(패티)’를 넣은 햄버거가 국내 시장에도 등장했다. 롯데리아는 지난 13일 고기는 물론 소스·빵 등을 식물성 재료로 만든 ‘미라클버거’를 출시했다. 해외에선 맥도날드·버거킹 등이 식물성 고기를 넣어 만든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지만,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시장에선 첫 시도다.

식물성 고기가 들어간 햄버거 맛은 어떨까. 이날 점심시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있는 롯데리아 매장을 찾아 직접 먹어봤다. 맛을 비교하기 위해 진짜 고기가 들어간 불고기버거와 미라클버거를 1개씩 주문했다.

미라클버거에 들어간 식물성 고기는 통밀과 콩 단백질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해 진짜 고기의 식감을 재현했다. 실제로 먹어보니 고기 맛이 느껴졌다. 만약 가짜 고기인지 모르고 먹었다면 진짜 고기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식물성 고기는 질기고 뻣뻣해 먹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패티가 얇아서 인지 불편한 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미라클버거의 식물성 고기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푸드가 개발했다.

이어 불고기버거를 한입 베어 먹었다. 불고기버거에는 호주산 소고기가 들어가 있다. 이제야 진짜 고기로 만든 햄버거와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식물성 고기 맛은 다소 심심하고 고기 특유의 진한 풍미가 덜했다. 완벽한 고기맛을 기대한 소비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산 소고기가 들어간 롯데리아 불고기버거와 식물성 고기를 넣은 미라클버거. 오른쪽 사진은 미라클버거를 반으로 자른 모습. 겉모습만으론 일반 햄버거와 구분하기 힘들지만 고기 특유의 깊은 맛이 나지 않는다.

미라클버거는 소스와 빵도 식물성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었다. 앞서 롯데리아는 지난해 6월 식물성 고기를 넣은 ‘리아 미라클버거’를 20일 동안 시범 판매했다가 "반쪽짜리 식물성 햄버거"라는 지적을 받았다. 고기만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고, 소스와 빵을 만들 때 달걀·불고기 엑기스·마요네즈·우유 등 동물성 재료를 썼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미라클버거는 철저히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 육류·생선뿐만 아니라 우유·계란 등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비건·vegan)를 겨냥했다.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했고 불고기 엑기스와 마요네즈도 넣지 않았다. 대신 간장 베이스로 소스를 만들었다. 빵도 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

가격은 다소 아쉬웠다. 미라클버거의 가격은 5600원으로 호주산 소고기 패티 두 개를 넣은 더블버거(5500원) 수준이다. 3900원인 불고기버거와 비교하면 1700원 비싸다. 열량은 574㎉로 불고기버거(442㎉)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다이어트를 위해 채식을 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대안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점심시간(오후 12시~1시) 동안 매장에서 미라클버거를 주문하는 고객을 거의 보지 못했다. 출시 첫날이라 제품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지만, 국내 채식주의자가 많지 않다는 이유가 더 크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약 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롯데리아는 "미라클버거는 채식주의자는 물론 윤리의식이 강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다"고 밝혔다. 동물 복지와 환경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 등 고객층을 보다 넓게 바라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버거킹이 식물성 고기를 넣어 만든 ‘임파서블 와퍼’.

실제로 미국·유럽 등 해외에선 식물성 고기를 넣은 햄버거가 출시되고 있고,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버거킹은 식물성 고기를 넣어 만든 ‘임파서블 와퍼’를 판매하고 있고, 맥도날드는 핀란드 등에 고기는 물론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맥비건’을 내놨다. 반면, 국내에서는 식물성 고기를 넣은 햄버거를 출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