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빅3(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작년 세 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년보다 2100억원이 감소했다. 대형 신작이 4분기가 돼서야 나왔고 중국이 2년 10개월째 게임 허가증(版號·판호)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4분기에 신작을 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신작 효과가 이어지고 중국 허가증이 재발급돼야만, 올해 실적이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빅3 게임사 모두 영업이익 하락

13일 넥슨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2485억4200만엔(약 2조684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4% 줄어든 945억2500만엔(약 1조208억원)이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엔화로 실적을 발표한다.

작년은 넥슨에 악몽 같은 해였다. 작년 1월, 김정주 대표가 회사를 매물로 내놓았다. 넥슨 관계자는 "6개월간 매각을 둘러싼 설왕설래로 본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라하' 등 상반기 내놓은 신작들이 줄줄이 흥행 참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넥슨은 하반기부터 고강도 조직 쇄신에 들어가야 했다. 먼저 PC온라인 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를 통합하고, 전사적으로 회사가 추진 중이던 모든 게임 프로젝트를 점검했다. 수익성이 안 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 5개를 선정해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인기 모바일 MMORPG(다중접속 역할수행 게임) ‘리니지M’의 게임 속 장면.

넷마블도 영업이익이 16.5% 감소했다. 넷마블의 작년 매출은 2조1755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올랐으나, 2018년에 이어 영업이익(2017억원)이 또다시 감소한 것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신작 출시가 늦어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작년 말 출시 예상이던 'A3 스틸 얼라이브'와 '세븐나이츠2'는 각각 올해 1분기와 2분기로 미뤄졌다.

엔씨소프트는 매출 2조 클럽 가입에 실패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 매출은 전년보다 1% 감소한 1조7012억원, 영업이익은 22% 줄어든 4790억원을 기록했다. 로열티 매출 감소의 영향이 컸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의 IP(지식재산권)를 타사에 빌려주고 받는 로열티는 전년보다 30%(840억원) 감소한 1975억원을 기록했다. 대만 감마니아가 서비스하는 '리니지M'과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매출이 줄어들었다.

중견 게임사들도 웃지 못했다. 컴투스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3.4% 감소했고, 게임빌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미르의전설'로 알려진 위메이드는 적자 폭을 줄였지만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10.6% 감소했다. 펄어비스가 '검은사막'의 해외 흥행으로 역대 최대 매출인 5389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8.5% 줄어든 1538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대형 신작에 기대

2년 연속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게임업계는 올해 칼을 갈고 있다. 다행히 작년 4분기 발표한 신작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작년 11월 발표한 리니지2M은 일 매출 50억원대를 기록했다. 덕분에 엔씨소프트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4%, 25% 올랐다. 올 1분기부터 리니지2M 효과가 본격 반영되면 올해에는 매출 2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은 지연된 신작을 올해 출시하고 히트작인 '일곱개의 대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은 해외에서도 팔기 시작한다. 또한 코웨이 인수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펄어비스도 올해 신작 '섀도우 아레나'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중국 정부의 게임 허가증 재발급 문제와 관련, 게임업계는 오는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시 한·중 정상회담에서 허가증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게임사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폐쇄된 중국 우한 등 현지에 구호 물품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