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6개 그룹 총수·경영진을 만나 "코로나19(우한 폐렴) 상황 이전에 예정했던 설비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해달라"고 했다. "그간 너무 위축돼 있었다"며 "'심리적 대반전'이 필요하고, 정부·재계가 뜻을 모아 분위기를 '붐업'시키면 좋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문 대통령은 "경기가 살아나는 듯해 기대가 컸는데,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文대통령·재계 우한 폐렴 대응 간담회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 대응 관련 경제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예정된 투자를 차질 없이 이행해 줄 것을 당부했고, 재계는 주 52시간제 등 규제 완화를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며 "정부와 경제계가 합심해 경제 회복의 흐름을 되살리는 데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했다. 특히 기업들을 향해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향한 과감한 투자가 경제를 살리고 혁신 성장의 발판이 된다"며 투자를 독려했다. 또 "부품·소재 공급 다변화·국산화,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다시 국내로 유치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며 "과감한 세제 감면과 규제 특례, 입지 지원을 강화해 기업의 투자·혁신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기업인들은 투자·고용을 약속하면서 정부에 각종 건의도 쏟아냈다. 이재용 부회장은 "기업의 본분은 고용 창출과 혁신, 투자"라며 "2년 전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했다. 2018년 발표한 '180조 투자·4만명 채용'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단 것이다. 이 부회장은 청와대에 '내수 진작 차원에서 저녁 회식도 활성화했으면 하는데, 주 52시간 저촉 우려를 해결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구광모 회장은 "(중소 협력사에) 인력·기술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여철 부회장은 중국 공장에서 근무 중인 근로자 12만명을 위한 방역 물품 지원을 요청하며 "항공 관세를 해상 운송 기준으로 한시적으로 인하해 달라"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한·중 항공 화물 운송이 폐쇄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웨이퍼 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화물 운송 항공편을 축소하지 말 것을 (중국 측에) 요청해 달라"고 했다. 또 황각규 부회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롯데호텔의 경우 2만8000건의 객실 취소가 있었다"며 "대통령께서 쇼핑몰에 한번 들르시는 게 어떤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각 기업을 일일이 거론하며 격려했다. 특히 "CJ그룹이 투자한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의 영예를 차지했다"며 "한류 문화의 우수성을 또 한 번 세계에 보여준 쾌거"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일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