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럽우주국(ESA)의 태양 궤도선 '솔로'가 발사됐다. 솔로의 임무는 미지의 영역인 태양의 극지를 탐사하는 것이다. 태양의 남극이나 북극을 관측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 보이지만 속은 도통 알 수 없던 태양의 비밀을 풀기 위해 국내외에서 새로운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18년 8월 태양 탐사선 '파커'를 쏘아 올려 태양 근접 비행에 성공했다. 지상에서는 세계 최대 태양 망원경 '대니얼 K 이노우에 태양망원경(DKIST)'이 초고화질 태양 사진을 촬영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조경석 박사는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가 어떻게 가속되고 태양은 왜 표면보다 바깥쪽이 더 뜨거운지 과학자들이 태양에 대해 가진 근본적인 질문의 답을 찾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 비밀 품은 극지 관측 목표

지금까지 태양에 대한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태양은 약 1억5000만㎞ 떨어진 지구에서 망원경을 통해서만 관측했기 때문이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인 태양풍도 지구까지 날아온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단순 현상만 알 수 있었을 뿐 그 원인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대표적 예가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부분인 코로나다. 태양의 표면 온도는 섭씨 6000도이지만 대기층인 코로나의 온도는 100만~500만도다. 태양 내부 핵의 열이 바깥까지 순서대로 전달된다면 코로나보다 표면이 더 뜨거워야 하는데, 그 반대인 것이다. 이는 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난다.

솔로 같은 태양 탐사선들은 과학자들의 의문점을 풀기 위해 발사됐다. 태양 극지는 매우 빠른 태양풍의 발원지이자 태양의 흑점 활동과 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담긴 곳이다. 흑점은 태양 표면 일부가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흑점의 수는 주기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천문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통상 11년이나 60년을 주기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솔로는 태양에서 약 4200만㎞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할 예정이다. 태양 주변을 타원궤도로 돌다가 2021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관측 장비를 가동할 전망이다. 처음에는 태양 적도 기준으로 17도 기울기로 통과한 뒤 최종적으로는 33도가 돼 더 높은 곳에서 극지방을 관측한다. 솔로에는 태양풍과 자기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도 장착됐다. 파커도 2024년에 616만㎞까지 최근접 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풍이 어떻게 가속되는지 밝힐 계획이다.

국내 태양 대기 연구도 활발

지상에서도 태양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미국 하와이에 있는 DKIST는 지난해 12월 시험 가동을 시작해 태양 표면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에는 태양 표면의 플라스마가 끓어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플라스마는 태양처럼 고온·고압 환경에서 원자핵과 전자가 따로 노는 것을 말한다. DKIST는 지름이 4m에 달하는 역대 최대 태양 관측 망원경으로, 태양의 표면뿐 아니라 코로나 안의 자기장을 관측해 지도를 만드는 임무를 맡고 있다. 오는 7월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한국천문연구원도 NASA와 코로나그래프를 공동 개발했다. 코로나그래프는 인공적으로 태양면을 가려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하는 장비다. 보통 코로나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개기일식 때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개기일식의 지속 시간이 2~3분에 불과하고, 관측할 수 있는 지역도 제한돼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천문연구원은 지난해 9월 대형 과학 기구(氣球)에 태양 코로나그래프를 탑재해 약 40㎞ 상공 성층권에서 태양 표면으로부터 200만~700만㎞ 떨어진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를 동시에 관측했다. 연구진은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코로나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해 태양풍과 우주 환경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NASA와 공동으로 차세대 태양 코로나그래프를 개발해 국제우주정거장에 두고 운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