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공포가 금융 시장에 여전히 드리워진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이 정보기술(IT)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테크(Tech) 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시장 전체보다는 종목이나 섹터 선별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테크'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 자금도 몰리고 있다. 올해 펀드 시장에서 순자산이 1조원을 돌파한 공룡 테크펀드가 탄생했고, 1년 수익률이 37%를 웃돌면서 고공 행진하는 테크펀드도 등장했다. 금융회사들이 새롭게 내놓고 있는 펀드 신상품도 '테크'를 중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1조 넘는 공룡 테크펀드 등장

지난 10일 피델리티운용의 간판 상품인 '글로벌 테크놀로지 펀드'가 순자산 1조원을 넘어섰다. 펀드 시장으로 신규 자금 유입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 의미가 있다. 운용사 직원조차 '이래도 되나 싶다'고 말할 정도로 펀드 성과도 압도적이다. 지난 2015년 6월 국내에 처음 설정된 이후 연평균 26.4%의 성과를 올렸다.

작년 말 기준으로 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은 한국 대장주인 삼성전자로, 편입 비율이 7%에 육박한다. 애플,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이 그다음이다. 영국 런던 본사에서 펀드를 굴리고 있는 손현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개인 정보 보호 등 각종 규제 강화 속에 테크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테크주를 대체할 또 다른 시장 주도주를 찾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나 중국 등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테크펀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운용의 '통중국4차산업펀드'는 최근 1년간 37%가 넘는 성과를 올려 테크펀드 중 가장 높았다. 김강일 KB운용 글로벌본부 매니저는 "중국은 미국에 비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과소평가되어 있지만 5G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이 이미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경제 성장률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비대면 데이터 기반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 테크 업종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해 10월 출시한 '미래에셋 코어테크 펀드'는 반도체나 5G 등 국내 IT 관련 업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지금까지 747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김정수 미래에셋운용 리서치운용본부 팀장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선 5G 통신망 투자, 10년 만의 스마트폰 변화(폴더블폰), 전기차의 가파른 성장이 눈에 띈다"면서 "한국 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미·중 무역 분쟁 우려, 한·일 무역 갈등, MSCI 리밸런싱 등으로 선진국이나 대만 증시의 동종 기업과 비교하면 저평가되었지만 앞으로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펀드 신상품 출시 붐

운용사들은 중장기 투자 매력이 큰 테크펀드에 관심 갖는 자금을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운용은 아시아 지역의 기술 성장주에 주로 투자하는 '아시아 리더스 테크 성장주 목표전환형 펀드'를 17일까지 판매한다. 아시아 지역의 성장성이 높은 첨단 기술주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목표수익률(6%)을 달성하면 채권형으로 자동 전환되어 만기까지 안정적으로 운용된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국공채, 투자등급 채권 등에 투자하는 '삼성전자알파채권혼합형펀드'를 출시했다. 전체 자산의 50% 이상은 채권 등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삼성전자 주식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사고팔아서 플러스알파 수익을 노린다.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에 인덱스펀드 형태로 투자하는 상품도 유리자산운용에서 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