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0’를 손에 들어 보이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52) 신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눈앞에 닥친 위기감을 토로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애플에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내줬다. 스마트폰 부문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도 10조원 벽을 넘지 못했다. 노 사장은 "사업부 전체가 현재 상황이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 피처폰(일반 휴대폰) 시절 후발주자로 쫓아갈 때나, 스마트폰을 처음 할 때도 지금보다 더 어려웠지 절대로 쉽지 않았다"며 "위기는 맞지만 심기일전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20년 넘게 삼성 휴대폰 개발에만 주력해온 자타공인 '갤럭시맨'이다. 최연소 임원 승진 기록을 거듭하면서 지난달부터 삼성 스마트폰 사업의 수장을 맡고 있다.

◇"위기를 재도약 기회로"

그는 위기 극복의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혁신과 협력, 효율 극대화다. 조개처럼 접히는 미니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갤럭시Z플립'과 같은 혁신, 구글·마이크로소프트·톰브라운 등 주요 기업과 협력, 해외 위탁생산과 같은 저가(低價) 전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노태문호(號)'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폴더블폰의 수익성 확보 방안에 대해 "갤럭시폴드는 6~7년, Z플립은 2~3년간 장기 개발해 온 제품"이라며 "폴더블폰은 새 카테고리를 여는 제품인 만큼, 현재는 수익성보다 소비자 경험을 좋게 만드는 방향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후속 폴더블폰에 대해선 "다양한 타입을 물밑에서 연구·개발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폴더블폰이 또 나올 수 있음을 예고했다. 그는 '갤럭시S20' 판매 전망에 대해서도 "초기 거래처의 반응이 좋은 만큼 전작(갤럭시S10)보다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갤럭시S10의 판매량은 3600만대 수준이지만, 삼성 안팎에선 S20가 400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가 11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에서 진행한 ‘갤럭시 언팩 2020’의 현장 모습. 모두 3000여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새 프리미엄폰인 ‘갤럭시 S20’와 화면이 접히는 폴더블폰 ‘갤럭시 Z플립’,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플러스’ 등을 선보였다.

노 사장은 "금융·영상·뉴스 등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이 '하드웨어 혁신'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수년간 많은 토론과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걸 제대로 전달하자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고 했다. "삼성페이와 같은 강점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되, 고객이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세계 유수의 서비스, 콘텐츠 회사와 협력해 최적의 시점에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ODM생산 유연하게"

그는 우한 코로나 감염증 여파와 관련, "어느 한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SCM(공급망 관리)의 문제"라며 "부품 공급사와 잘 협력해 어느 정도 관리해나가고 있고 일부 공장은 재가동을 시작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 "큰 우려는 없지만 현재 진행형인 만큼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 사장은 중국 외주업체에 과감하게 '삼성폰'을 위탁 생산하는 ODM(제조자개발생산) 전략을 적극 추진해왔다. 업계에선 삼성이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전략에 맞서 ODM 비율을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20~30%까지 확대할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는 "ODM은 특정 시장, 특정 세그먼트(분야)에서 저가 제품에 한해 생산하는 것"이라며 "삼성 제품에 준하게 품질 관리를 해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 번도 ODM을 30% 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며 "확대한다거나, 줄인다는 측면보다 해당 시장의 경쟁력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고 유연하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