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자회사 VCNC 인적분할해 독립법인 타다(가칭) 설립
리스크 분산·투자 유치 확대 포석

"타다가 새로운 여정에 나섭니다. 타다는 오는 4월부터 쏘카에서 분할돼 독립법인으로 새 출발 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타다의 사업 경쟁력 제고와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내린 결정입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새로운 여정이 ‘모빌리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 아니라 ‘모빌리티 유니콘 목장’이 만들어지는 시작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오른쪽)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쏘카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라이드셰어링(승차 공유) 사업을 전담할 타다(가칭)를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쏘카는 카셰어링(차량 공유) 사업에 집중하고 타다는 라이드셰어링 사업을 전담하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하게 된다"고 밝혔다. 독립법인 설립 예정일은 오는 4월 1일이다.

쏘카의 자회사였던 브이씨엔씨(VCNC)를 인적분할해 독립법인을 설립하는 구조다. 쏘카 내에서 타다 서비스를 운영했던 VCNC의 이름이 타다로 바뀌는 셈이다. 신설 법인 대표이사는 박재욱 대표가 그대로 맡게 된다.

쏘카 관계자는 "각 사업 부문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제고, 국내외 투자 유치 확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확대 등을 목표로 혁신과 성장에 나서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쏘카 내부에선 VCNC 인수 이후 지속해서 분할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는 새로운 법인 설립을 계기로 △이용자 서비스 강화 △드라이버 사회안전망 지원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책임 실천 △플랫폼 생태계 확대라는 4대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 중심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배구조 변화… 리스크 분산·투자 유치 확대 포석

가장 큰 변화는 타다의 지배구조가 바뀐다는 점이다. 기존에 타다 서비스를 운영했던 VCNC의 경우 쏘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설법인의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배분하는 인적분할을 통해 탄생할 신규 법인은 쏘카 지분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게 된다.

쏘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12월 31일 기준 쏘카의 주주는 유한회사 에스오큐알아이(28.46%), 에스케이 주식회사(23.87%), 유한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12.69%) 등이다. 에스오큐알아이(SOQRI)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투자 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은 소셜벤처 전문 투자사다. 지금까지 타다 금지법, 택시 업계 반발 등에 따른 위기를 쏘카 혼자 졌다면 앞으로는 SK 등 다른 주주와 나눠서 지게 된다.

업계에선 투자 유치 확대, 경쟁력 강화 등도 분할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크를 분산하는 동시에 보다 독립적으로 활동하며 전문 분야에 집중할 수 있어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을 더 크게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쏘카는 사모펀드 운용사 LB PE로부터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쏘카는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8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다 "서비스 업그레이드할 것… 드라이버 사회 안전망 지원"

타다는 2018년 10월부터 서울과 수도권에서 기사를 포함한 승합차(렌터카) 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원수 170만명, 1500대 차량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서비스 시작 후 차량당 효율을 158% 높였고, 고객 대기시간(ETA)을 29% 단축했다.

독립법인 출범 후엔 다양한 라이드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하는 ‘베이직’ 서비스와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어시스트’ 서비스, 택시와 협력하는 ‘프리미엄’ 서비스, 기업 대상 ‘비즈니스’ 서비스, 공항 이동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에어’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대중교통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라이드셰어링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다. 이 대표와 박 대표가 서비스 위법성 여부를 놓고 재판을 받고 있으며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드라이버 처우 개선 등 플랫폼 노동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쏘카 관계자는 "분할을 계기로 드라이버를 위한 실업, 상해, 건강, 노령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 지원에 나서겠다. 혁신의 성과를 사회와 나누는 사회적 기여 방안을 수립해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며 "플랫폼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제휴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