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3곳 중 1곳, 신종 코로나로 경영 피해
소상공인 98% 매출 감소 체감

중국에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소재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회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우한에 공장을 준공했는데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지역이 폐쇄돼 공장 가동을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포장용 박스를 생산하는 회사는 최근 매출이 평소 대비 25% 정도 줄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이 박스 주문을 줄였기 때문. 이 회사 구모 대표는 "이번 사태로 중국 수출이 크게 줄면서 박스 주문량도 감소했다"고 했다.

경기 안산시의 도금업체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경제적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국과 거래를 하거나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중소기업 250개사를 상대로 긴급조사를 실시한 결과 34.4%가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원자재수급 차질이 56.4%로 가장 많았다. 수급이 어려운 일부 원자재의 가격이 오르면서 업체들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구미에서 반도체 패키징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이번 주부터 반도체 세척제 가격이 20% 인상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소독용 제품 수요가 늘면서 세척제 원료인 에탄올 가격이 껑충 뛴 것이다. 김 사장은 "웃돈을 주고라도 원자재인 에탄올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창원에서 금속회사를 운영하는 서모 사장은 "중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와야 하는데 스톱된 상황"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재고가 떨어져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들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재고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우신구 한국자동차부품판매업 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신종 코로나 여파로 업계 매출이 평소 대비 20~30% 감소했다"면서 "부품 재고를 100일 정도치는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쪽 사태가 장기화 되면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 소상공인 98%가 피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외출이나 모임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소상공인 대부분이 매출 하락을 체감하고 있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09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7.9%가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했다. 매출 감소 폭도 컸다. 응답자의 44%(480명)는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이 30~50% 줄었다는 응답도 27.2%(296명)였다.

피해 발생 원인으로는 각종 모임 및 행사, 여행 등 무기한 연기·취소가 응답자 61.4%(667명)로 가장 많았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이동 경로로 알려져 유동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자도 22.5%(245명)였다.

유명 빵집인 군산 이성당은 최근 해당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알려지면서 매장 방문 손님이 줄었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줄어 타격을 입었다"면서 "일주일 정도 본점 가게 문을 닫고 그동안 미뤘던 보수 공사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미용업계도 매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황영란 국제미용가총연합회 회장은 "손님들이 급감하면서 업계 매출이 40~50% 줄었다"면서 "중국에 미용실을 연 회원들도 많은데 현재 문을 모두 닫아서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