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이후 40대 이상의 온라인 쇼핑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와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는 중·장년층은 크게 늘었지만, 결제까지 해야 하는 온라인 쇼핑은 꺼리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마스크나 손 소독제 같은 주요 품목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품절되고 우한 폐렴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40대 이상이 적극적으로 온라인 쇼핑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통 업계에선 "우한 폐렴 사태가 발생한 올해가 중·장년층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활성화의 원년(元年)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한 폐렴 후 50대 전자상거래 68%↑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홀로 사는 이옥순(67)씨는 우한 폐렴 때문에 마스크 대란이 났다는 뉴스를 듣고 마스크를 사러 집을 나섰다. 인근 약국 두 곳과 대형 상점 한 곳을 들렀지만 구하지 못했다. TV 홈쇼핑에서도 살 수 없었다. 이씨가 마지막으로 꺼내 든 건 스마트폰이었다. 이씨는 이날 난생처음 스마트폰에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app)을 설치했다. 이씨는 "비록 사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쇼핑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11일 온라인 쇼핑 업체 11번가에 따르면, 우한 폐렴 공포가 본격적으로 커진 지난 설 명절 직후 일주일간(1월 28일~2월 3일) 50대의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8%, 60대 거래액은 48% 늘었다. 작년 같은 기간 50대와 60대의 증가율은 각각 2%, 6%에 불과했다. 50~60대 장년층의 온라인 쇼핑 거래가 올해 유독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20대 증가율(27%)과 30대 증가율(38%)을 앞질렀을 정도다. 그간 온라인 쇼핑과 거리가 멀었던 70대 이상의 거래액 증가율도 21%에 달했다. 11번가 관계자는 "2015년까지만 해도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36.5%에 불과했지만, 중장년층 신규 가입자가 늘면서 최근엔 52%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시니어 세대를 온라인 쇼핑 세계로 불러들인 건 마스크와 손 소독제였다. 온라인 쇼핑 업체 티몬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8일간 40대 이상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같은 위생용품이었다. 티몬 관계자는 "시니어 세대는 온라인 쇼핑 결제 방식을 진입 장벽의 하나로 여기는데, 이번 바이러스 사태로 이 장벽을 넘어선 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쇼핑은 처음만 어렵지 두 번째부턴 쉽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구매가 이어지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니어 세대는 간편식·건강식품·채소

중·장년층은 온라인을 통한 구매 품목에서 젊은 층과 차이를 보였다. 11번가에 따르면, 공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위생용품을 제외하면 20~30대의 경우 커피와 생수 같은 음용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했지만, 50대는 홍삼 같은 건강식품과 채소 같은 신선식품을 가장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을 시작한 중장년층이 위생용품 쇼핑에 그치지 않고 식자재 등 온라인 장보기로 쇼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식을 삼가는 분위기 역시 중·장년층 세대를 전자상거래로 끌어들였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 10일까지 40~60대 중·장년층에게 가장 인기를 끈 상품은 집에서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간편식 '밀키트(손질한 식재료·양념·요리법 등을 담은 세트)'였다. SSG닷컴 관계자는 "40~60대의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8배 증가했다"며 "홍삼 같은 건강식품과 신선 채소의 온라인 주문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건강식품과 채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배, 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이 정착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한국유통학회장을 지낸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우한 폐렴 사태로 중·장년층은 '온라인 쇼핑은 복잡하고 배달 상품은 질이 안 좋다'는 편견을 벗게 될 것"이라며 "한번 그 편리성을 경험하면 과거로 돌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