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 2.5배 성장
LG화학·삼성SDI "배터리 설비투자 확대"
中 CATL, 독일·프랑스도 유럽 배터리 공장 건설

유럽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격전지로 부상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테슬라와 중국 CATL, 독일 완성차 기업 등이 앞다퉈 현지 배터리 공장을 짓는 중이다. 일찍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유럽에 배터리 공장을 세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최근 증설에 나서면서 글로벌 배터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독일·프랑스,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

최근 독일 정부는 2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남서부 카이저슬라우턴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독일 자동차 회사 오펠과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의 배터리 자회사 사프트가 세운 합작법인 ‘오토모티브 셀 컴퍼니(ACC)’가 추진 중인 유럽 전기차 배터리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총 20억유로(약 2조6000억원)가 투입된다. 프랑스에도 연산 24GWh의 생산 능력을 갖춘 자매 공장이 들어선다. 2030년까지 두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의 약 10~15%에 이를 전망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 오펠과 프랑스 배터리 제조사 사프트가 프랑스에 설립하는 전기차 배터리 시험공장 조감도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산업부 장관은 "독일과 프랑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를 만들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하겠다"며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국 경쟁사들과 차별화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 중인 중국 CATL이 독일에 첫 해외 공장을 건설 중인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현재 배터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경쟁자들을 따라잡겠다는 유럽연합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다"고 전했다. 배터리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비용의 최대 45%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한·중·일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3사, 발빠른 유럽진출 수혜 "배터리 생산역량 확대"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2.5배 성장할 전망이다. 당장 폴크스바겐이 2023년까지 연간 전기차 100만대 양산 계획을 발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장 기대감도 크다. 백영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150만대로 작년 대비 194%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런 수요 확대는 한국 배터리 업체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폴크스바겐 ID. 3

경쟁사인 중국 CATL과 일본 파나소닉과 달리 국내 배터리 3사는 2018년부터 유럽에 공격적으로 증설했다. 올해 말 한국 기업의 유럽지역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82.5GW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CATL 독일 배터리 공장도 2021년 하반기 완공될 예정이라 이미 유럽에서 배터리 공장을 가동 중인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올해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유럽향 배터리 출하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은 올해 폴란드 공장 증설과 수율 정상화 등을 통해 올해 10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는 올해 하반기 합작 투자를 본격화해 연간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SDI(006400)도 올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전년보다 70%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헝가리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2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유럽을 중심으로 수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배터리 사업에서 2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SNE리서치 제공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는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며 "다만 CATL과 파나소닉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양사의 공세를 극복하기 위한 시장 전략 수립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CATL이 27.9%로 1위를 차지했다. 파나소닉(24.1%)과 LG화학(10.5%)이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삼성SDI(3.6%)는 5위, SK이노베이션(1.7%)는 10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