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충격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의 출렁거림이 심해지자 채권이나 원자재·부동산 등 비주식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투자 대상군을 크게 늘려 손실을 방어하는 '포트폴리오 투자법'이 인기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위험을 최대한 분산시킬 수 있는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비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와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로 자금이 쏠리고 있다. ETF는 코스피200이나 금값 등 특정 지수의 등락에 따라 같은 수익률을 얻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으로,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EMP펀드는 유망 ETF를 골라 담아 분산 효과를 극대화한 상품이다.

◇ETF와 EMP 펀드로 쏠리는 시중자금

10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7일 기준 '국내채권형 ETF'(펀드수 53개)와 국내외 주식 및 국내채권형 ETF를 제외한 '기타 ETF'(64개)에는 5675억원이 몰렸다. 같은 기간 주식형 ETF(국내외 합쳐 334개)에서 총 1조4324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로 초단기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인 '미래에셋TIGER단기통안채증권 ETF'와 '삼성KODEX단기채권증권 ETF'에는 올해에만 각각 3328억원, 1981억원이 들어왔다.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는 '삼성KODEX코스닥150인버스증권 ETF'와 원유에 투자하는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특별자산 ETF'에도 올해 각각 590억원, 540억원이 유입됐다.

개별 ETF 중 유망한 상품만 골라 담아 또다시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초(超)분산 펀드'라 불리는 EMP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EMP 펀드는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다. EMP 펀드(총 38개)에는 올해 664억원이 들어와 설정액이 4609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2년여 전인 2017년 말(1228억원)보다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EMP 펀드 중에 가장 많은 시중 자금(344억원)이 유입된 상품은 IBK자산운용이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과 손잡고 지난해 초 출시한 'IBK 플레인바닐라EMP 펀드'다.

신동걸 IBK자산운용 운용총괄(CIO)은 "주식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자산 배분 효과를 고려해 채권, 부동산, 인프라, 금 등 다양한 자산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모든 EMP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1.4%로 일반 국내주식형 펀드(1.51%)보다는 조금 낮지만 해외주식형(0.73%), 해외채권형(1.21%), 국내채권형(0.34%) 등 다른 주요 펀드들과 비교하면 나은 편이다.

◇글로벌 인프라·신흥 아시아 ETF 눈여겨볼 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 불확실성 및 변동성 수준이 높게 이어지는 가운데 ETF 및 EMP 펀드와 같은 투자처로 자금이 계속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인프라나 신흥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는 ETF가 유망 상품으로 꼽힌다. 글로벌 인프라 ETF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한 폐렴 사태로 내수 경기가 크게 악화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미국 등 대선을 앞둔 주요국들이 재정 지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호재다. 대신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급등락 흐름을 보이는 주식시장과 달리 글로벌 인프라 ETF는 최근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으로 충격을 받은 신흥 아시아 시장의 반등을 기대한다면 관련 ETF에도 미리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도한 불확실성이 걷히고 투자심리가 정상국면으로 돌아올 때 초과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해외 ETF로는 한국·중국·대만의 인터넷·반도체 업종에 주로 투자하는 'iShares MSCI AC Asia Ex Japan', 인터넷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 및 홍콩시장에 상장된 기업에 투자하는 'iShares MSCI China ETF'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