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40%·백화점 32%·마트 8% 매출 뚝
쿠팡, 1월 하루 최대 주문량 330만건… 창사 이래 최대치

"아이들 유치원도 안보내는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당연히 안가죠. 당장 필요한 게 아니면 온라인에서 주문해요."(서울 중구에 사는 주부 최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되면서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의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전년과 비교해 면세점은 최대 40%, 백화점은 32%, 마트는 8%가량 매출이 줄었다. 반면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 주문은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문량이 급증했다.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심장이 조마조마 하다"며 "확진자가 다녀갔다고 발표되면 바로 폐점 조치를 하는데, 마치 데스노트에 오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오프라인 매출 감소폭을 그나마 온라인 사업이 조금 방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전 한산한 모습의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 확진자 다녀가면 폐점하는 오프라인 울상…장기화 우려

오프라인 업체들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가면 곧바로 휴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열 감지기 배치, 방역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무리 적극적으로 대응해도 손님은 확 줄었다고 토로한다. 또 우한 폐렴 영향이 장기화되지 않을지 우려한다.

가장 타격이 큰 곳은 면세점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공)과 관광객의 방문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년대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매출이 40%, 롯데면세점과 현대백화점 면세점 매출은 30%씩 급감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우한 폐렴 확진자 혹은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이 잠복기로 추정되는 기간 방문해 지난 2일 임시휴업에 들어가 7일 영업을 재개했다. 이중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롯데면세점 매출 중 약 10%를 차지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서울점의 하루 매출이 80억~100억원, 제주점의 일 매출이 30억~5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우한 폐렴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위는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25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당가. 아래는 같은날 오전 11시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당가. 평소 같은 시간대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백화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설 연휴 직후 첫 주말인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전 점포 매출이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을 포함한 6일과 비교해 20.5% 급감했다. 특히 같은 기간 중국 관광객 방문이 많았던 본점은 매출이 31.6% 떨어졌다. 본점은 7일 오후부터 이달 2일 확진자가 다녀간 것을 통보 받으면서 휴점을 결정했다. 본점은 하루 매출이 60억~100억원이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설 연휴 직후 첫 주말이던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매출이 전년(2월 9일~14일)보다 각각 12.5%, 8.9% 떨어졌다.

생필품을 파는 대형마트는 그나마 타격이 적었다.

롯데마트는 설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매출이 지난해 설 직후(2월 7일~15일, 10일은 의무휴업)보다 8.3% 감소했다. 이마트는 부천점(2~4일)과 군산점(2~3일)이 임시 휴업했지만, 매출이 4% 줄어드는 데 그쳤다. 7일부터는 마포공덕점이 2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휴점에 들어갔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손님이 급격히 줄고 폐점도 많았지만, 온라인 쪽으로 손님이 늘어 타격이 다른 오프라인보다 덜했다"며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내국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마스크는 품절…우한폐렴 사태로 이커머스 매출 급증

반면 우한 폐렴 사태로 이커머스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거나 음식을 주문하면서다.

쿠팡은 지난 1월 28일 하루 최대 주문량이 330만건에 달했다. 창사 이래 최대치로 지난해 12월 기록한 230만건을 뛰어넘었다. 지난 2일에는 주문이 밀리는 바람에 아침 7시까지 도착해야 하는 새벽배송이 최대 2시간 정도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마스크 등 제품 수요가 급증했다"며 "재고 확보는 물론 배송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 역시 마스크·손세정제 등 위생용품을 비롯해 생필품과 식료품 거래가 급증했다. 우한 폐렴 우려가 커진 1월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마스크는 1만7185%, 손세정제는 3934% 증가했다. 라면은 76%, 즉석밥은 36%, 냉동식품은 22%, 생수는 51% 늘었다.

11번가 관계자는 "우한 폐렴으로 외출을 꺼리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위생용품과 생필품 등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는 온라인상에 물량이 나오면 바로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다. 현재 KF80 마스크의 경우 가격이 우한 폐렴 사태 이전과 비교해 개당 약 2~3배 오른 2000~4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7일 11번가에서 개당 3550~3900원에 거래되고 있는 KF80 마스크.

음식 배달 서비스도 우한 폐렴 사태로 호황을 맞았다. 국내 최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의 1월 29일부터 5일간 주문량은 약 1064건으로, 설 연휴 전주(1월 15~22일)보다 6.4% 증가했다.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도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주문량이 설 전주 대비 7.6%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