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네트워크 인프라가 좋지 않은 중국 후난성 한 마을에서 한 대학생이 자택 옥상에서 노트북으로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의 한 화장품 기업에 다니는 양(楊·29)모씨는 아침부터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자기 집 거실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기업용 메신저 '딩딩(釘釘)'에 접속했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길어진 춘제(중국 설) 연휴가 끝나고, 직장인들이 업무에 복귀하는 첫날이었다. 하지만 양씨의 회사를 비롯한 중국 현지 회사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대부분 전 직원 재택근무를 선택했다. 양씨는 "재택근무 수요가 너무 몰려 시스템이 다운되기도 했다"며 "앞으로 집에서 어떻게 업무를 봐야 할지 깜깜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형 '재택근무 실험지'로 변하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업무 복귀 이틀 만인 지난 4일 기준, 1000만여개의 기업에서 2억명이 넘는 인원이 '딩딩'에 접속했다. 그 밖에 텐센트가 운영하는 '기업용 위챗', 화웨이의 원격 근무 시스템 '위링크', 바이트댄스의 기업용 메신저 '페이수' 등에도 수억명의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다. 여기에 개학을 앞둔 현지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 수요까지 늘어나면서, 4일 중국 현지 화상회의 기술 개발 업체들의 주가는 중국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한 상황에 홀로 10~20% 이상 상승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서비스들이 갑자기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첫날부터 서버가 다운되거나, 화상 스트리밍 끊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알리바바·텐센트의 서비스를 사용하던 직장인들이 "서버가 다운돼 채팅조차 못한다"는 원성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지난 3일 중국 명문 대학 칭화대가 직접 개발한 온라인 강의 전용 서비스 '위커탕(雨課堂)'에서 진행된 라이브 강의 역시 시작 3분 만에 스트리밍이 버벅대다가 방송이 중단됐다. 당시 이 사이트에는 5만9000여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했는데, 학교 서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운된 것이다.

현지의 한 IT 기업 관계자는 "우한시와 가까워 오는 9일까지 연휴 기간을 늘린 일부 기업과 학교들까지 정상 업무를 시작하면, 이 같은 '온라인 체증'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재택근무 실험이 실패할 경우, 중국 사회 전체의 생산성 하락은 물론이고 경제성장에도 큰 지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