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을 산업기지로 키운 시진핑 - 우한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래 신산업 전초기지로 육성해왔지만 최근 우한 폐렴 사태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은 2013년 시 주석이 우한시 신항만 컨테이너 화물 부두를 시찰하는 모습.

일본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는 자동차 부품인 브레이크 페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 우한(武漢)에 있는 에프테크로부터 부품 조달이 막혔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또 우한 인근 스옌(十堰)에 공장이 있는 도요타고세이가 공급해온 고무·에어백용 부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러스 폭탄으로 우한과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湖北省)이 마비되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위기에 빠졌다. 우한·후베이성에는 자동차·IT(정보기술)·철강 등 주력 사업은 물론 우주·바이오·인공지능 같은 미래 기술까지 50여개의 중국과 글로벌 대기업 제조·연구개발(R&D) 거점이 있다. '동쪽의 시카고'라고 불릴 정도로 제조·물류의 핵심 지역이다. 과거 중국의 핵심 제조·R&D의 거점이었던 광둥성이 포화하자 제2의 광둥성으로 꼽힌 곳이 우한·후베이성이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한이 폐쇄되면서 '중국 제조 2025'가 직격탄을 맞았다"며 "중국산(産) 부품·장비 제조가 중단되면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계 전체가 셧다운(중단) 위기에 처한다"고 보도했다.

◇자동차·IT·철강… 中 주력업 위기

우한과 후베이성 일대에는 중국 최대 자동차 생산 기지와 최대 철강 기업의 제철소, 최대 발전용 장비 공장 등이 몰려 있다. 우한에는 닛산·르노·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BOE·CSOT(차이나스타) 등 자국 첨단 기술 기업, 화이자·프레지니우스 등 글로벌 바이오 업체 등 38곳이 있다. 우한의 위성도시인 이저우·샤오간과 이창·스옌·시앙양 등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자동차다. 후베이성은 2018년 242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었다. 중국 생산량의 10% 이상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둥펑자동차를 비롯해 일본 혼다, 프랑스 PSA그룹(푸조시트로앵), 미국 GM의 자동차·엔진 공장이 몰려 있다. 현재 후베이성 일대의 자동차 공장은 모두 멈춰 있다. 후베이성 정부에서 춘제(설) 연휴를 오는 13일까지 연장하고, 이동을 막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가스구 자동차 리서치센터는 "이번 사태로 중국 승용차 판매량이 작년보다 3~6%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하경

중국 1위 철강업체 바오우철강의 우한 제철소에는 철광석 공급이 중단됐다. 중국 철강 업계에서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후방산업인 중국 자동차·조선업에도 연쇄 타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IT 산업도 위기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의 10.5세대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장, CSOT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장 등이 우한 일대에 있다. 미국 코닝도 15억달러를 투자해 우한에 10.5세대 LCD용 유리 기판 공장을 만들었지만, 현재는 가동이 중단됐다. 우주·자율주행차 등 중국의 미래 산업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후베이성 정부는 작년 9월 우한을 자율주행차 특별지구로 정하고 바이두에 도심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허가해줬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교통통제령으로 현재 모든 자율주행차 운행이 멈췄다. 중국 국영 군수업체 중국항천과공집단(CASIC)이 건립 중이던 차세대 상업용 인공위성 생산 공장의 건설도 중단됐다.

◇중국産 없으면 세계 공장 못 돌려

피해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 현대차의 공장 가동 중단 이후, 일본·유럽의 자동차 업체 중 제2의 현대차가 나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베이성에 있는 일본 에프테크·쇼와·야치요공업과 독일 보쉬·베바스토 등 글로벌 자동차용 부품 공장의 가동 중단이 일주일 이상 더 연장되면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기업들은 자동차용 브레이크 페달부터 핸들, 시트, 선루프 등 핵심 부품 공급을 맡고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부품 공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자동차 업체 피해가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동남아에서는 중국산 발전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한다. 이런 국가들에 발전용 보일러를 공급하는 미국 GE(제네럴일렉트릭) 공장이 우한에 있다. 발전용 보일러는 화력발전소에서 증기를 만드는 핵심 장비다. 생산량의 30% 이상이 인도·동남아 등의 화력발전소로 간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적시에 보일러 공급을 못 받고, 현지 발전소 증설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후베이성에 글로벌 제조사와 수출 기업들이 몰린 이유는 교통 요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중앙에 위치한 데다 양쯔강이 지나 육·해상 물류를 통해 상하이·광둥성 등 주요 수출기지로 제품을 싸게 보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내륙 발전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이 1~2개월 지속하면 전 세계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