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 항공사 中 본토 99개 노선 중 61개 운항 중단
"여행객 없어 텅텅 빈 비행기… 다닐수록 손실"
여행 수요 급감에 중국 노선 대체 여력 없어

정부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행 수요가 급감하자 항공사들은 중국 하늘길을 닫고 있다. 운항 중단 노선은 매일 새롭게 추가돼 중국 본토 전체 노선의 60%가량까지 늘면서 간접적인 입국 제한 효과가 있다는 평이 나왔다.

◇ "최소한의 인적 교류 필요 지역에만 운항 유지"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8곳이 지난달까지 운항했던 중국 본토 99개 노선에 대해 운항 중단·감편 현황을 취합한 결과 이날 기준 61개 노선의 운항이 중단됐다. 대한항공은 중국에 취항하는 30개 노선 중 20개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8개 노선은 감편했다. 현행 유지하는 노선은 김포~베이징, 김포~상하이뿐이다. 중국 대표 노선인 인천~베이징 노선에 대해서도 운항을 기존 주17회에서 주7회로 대폭 줄였다.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시 동구 지저동 대구국제공항의 도착알림판에 중국 연길과 장자제에서 출발하는 티웨이항공의 여객기가 결항했음을 알리는 문자가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항을 유지하는 노선은 최소한의 인적 교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에 대해서만 공급을 유지하는 차원"이라며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에 더해 중국 노선 수요 자체가 많이 줄어 20개 노선은 오는 3월 28일까지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고 말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19%로 국내 항공사 중에서 가장 큰 아시아나도 전날 오후 운항 중단 노선을 늘렸다. 전체 26개 중국 본토 노선 중 6개 노선을 중단하고, 15개 노선의 운항 편수를 줄였다. 운항 편수가 그대로 유지되는 노선은 김포~상하이, 인천~하얼빈, 인천~웨이하이 등 5개 노선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중국 노선 수요가 크게 감소해 중단 노선을 점차 늘리고 있다"며 "상황이 워낙 가변적이라 운항 재개 시점은 미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추가 노선 중단을 검토하고 있어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하늘길은 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데 대해 ‘미흡한 조치’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일각에서는 "차라리 항공사들이 운항 중단 노선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의 입국이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中 장자제 등 알짜 노선 취항 3달 만에 중단… "손실 최소화 방안"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지난해부터 중국 노선을 확대해 온 저비용항공사(LCC)는 운항을 중단·감편한 노선 비중이 더 크다. 국내 LCC 6곳 중 에어서울과 이스타항공, 진에어 등 3곳은 중국 노선 전체의 운항을 중단했다.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중국행 항공기 탑승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어서울은 작년 10월과 11월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에 각각 신규 취항했지만, 3달 만에 중국 전체 노선 문을 닫았다. 인천~장자제 노선은 평균 탑승률이 약 80%에 달하는 인기 노선이었지만, 우한폐렴 여파로 현지 관광지가 폐쇄되면서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진에어도 제주~상하이, 제주~시안 등 중국 본토 노선 2개를 모두 운항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본토 7개 노선 전체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인천~홍콩, 인천~마카오, 제주~마카오 노선의 운항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에어부산은 중국 노선 9개 중 부산~시안 등 7개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티웨이항공도 6개 노선 중 5개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국내 LCC 중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15%대로 가장 큰 제주항공은 중국 본토 노선 17개 중 5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하늘길을 닫는다. LCC 모두 중국 노선 운항이 언제 재개될지는 미정이다.

운항 중단 조치와 관련해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수요가 급감해 빈 비행기를 띄우는 것보단 운항을 중단하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LCC 관계자는 "중국 노선은 물론이고 인근 동남아 노선에 대한 예약 취소도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라며 "좌석의 4분의 1도 차지 않은 여객기를 띄우면 연료비 등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했다.

또 다른 LCC 관계자도 "중국 노선을 대체할 노선을 찾고는 있지만, 신종 코로나로 여행 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돼 큰 대안은 없다"며 "이미 동계 스케줄을 다 짜놓은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