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마트에선 시식 행사도 마케팅도 못해

A 식품업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여파로 2월 초 예정됐던 신제품 출시를 미뤘다. 외부 시식 등 마케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출시해도 판매를 늘릴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A사는 우한폐렴 사태를 지켜보면서 제품 출시 시기를 다시 잡기로 했다.

지난 4일은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 식품업계는 이 때를 시작으로 신제품을 대거 시장에 내놓는다. 하지만 우한폐렴 사태로 2월 초로 예정된 신제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

신제품을 출시하면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우한폐렴 사태로 외부 시식 행사 등을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등에서 시식 코너를 열거나 원플러스원(1+1) 행사를 진행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 효과가 크지 않다.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했다가 괜히 손해만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 다양한 식품들이 진열·판매되고 있다.

내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B 식품사 기획팀은 2월 중순 신제품 출시 시기를 두고 ‘계획대로 밀어 붙여야 한다’와 ‘연기해야 한다’는 두 그룹으로 나눠져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그룹은 "마케팅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제품을 살 사람은 산다. 우한폐렴 사태가 끝나면 마케팅을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반대 그룹은 "쓸데없는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최적의 시기에 제품을 내놓고 광고를 집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며 신제품 출시를 연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우한폐렴 사태로 온라인 판매가 늘고 있는 상황을 기회로 자체 온라인몰 강화에 나선 업체도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식품업체 대부분이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게 현실이다. 심지어 신제품을 출시해도 자체 온라인몰에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온라인몰을 키워야 외부 리스크가 발생할 때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높지만 미래 온라인 시대를 대비해 온라인몰을 키우고 있다"며 "우한폐렴이 식품업계에 위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