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력 언론,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명칭 사용
중국 의식한 눈치보기?… "명칭 사용 원칙 있어야"

미국 CNN은 4일 ‘Wuhan Coronavirus(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명칭을 사용해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CNN·BBC·블룸버그·가디언 등 해외 유력 언론들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Wuhan Coronavirus)’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명칭 지우기에 집착하는 모양새다. 특정 국가 및 지역에 대한 혐오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지역명이 들어간 부정적인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중국의 시선을 의식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과거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 뇌염’ 등 특정 국가 및 지역이 들어간 부정적인 명칭을 여과 없이 사용한 바 있다. 명칭 사용과 관련해 원칙과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4일 오전 TV조선·JTBC·채널A·MBN 등 4개 종편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대표자들과 만나 정확한 정보 제공과 가짜뉴스 대처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이 말하는 정확한 정보 제공에는 "우한 폐렴에 대한 정확한 명칭 사용"도 포함된다.

한 위원장은 "가짜뉴스의 생산과 유포에 정부가 적극 대처하고 있다"며 "방송을 비롯한 언론은 신종 감염병 관련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팩트체크 등 철저한 검증을 통해 국민들의 혼란을 바로잡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연합뉴스TV를 방문한 한상혁 방통위원장.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KBS, 연합뉴스TV, YTN을 포함해 온라인 뉴스의 유통 창구인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을 잇따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우한 폐렴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과 가짜뉴스 대응을 주문했다.

현덕수 YTN 보도국장은 한 위원장에게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비칠 수 있는 명칭에 대해 올바른 사용이 중요하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청와대가 ‘우한 폐렴’의 공식 명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 감염증’으로 사용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오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감염증의 공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고 알렸다.

지난달 30일 카카오를 방문한 한상혁 방통위원장.

현재 대다수 방송 뉴스와 기사에서는 우한 폐렴이란 용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적인 명명을 이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HO는 2015년부터 지리적 위치나 사람 이름, 문화, 직업, 동물 등이 포함된 용어를 배제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우한 폐렴과 함께 최근 보도된 ‘미국 독감’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행한 ‘일본 뇌염’,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관련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해당 용어를 여과 없이 사용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거기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WHO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정적인 명칭에 불과하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한 폐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병기해 사용하는 것이 국민들의 이해를 돕는데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