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자동차 부품사인 독일 보쉬는 엔진·조향 관련 부품부터 열관리시스템·전자장비 등 거의 모든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완성차 업체의 종합시장'으로 불린다.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는 보쉬 부품 없이 차를 만들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창궐한 우한에 2개 등 중국 60여개 지역에 공장을 갖고 있는 보쉬가 중국 내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 세계 완성차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와이퍼부터 지능형 센서까지 안 만드는 걸 찾기 어려운 보쉬가 타격을 입어 벤츠, 현대차 같은 전 세계 모든 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폴크마 데너 보쉬 CEO는 최근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이 마비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다수 중국 지방 정부가 9일까지 연휴를 연장한 데 이어, 우한이 있는 후베이성은 13일까지 연휴를 연장했다. 사태가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병서 중국금융연구소장은 "공장이 재가동돼도 감염자가 나오면 공장이 기약 없이 폐쇄될 수 있어 일부 기업은 아예 휴업을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가전·LCD 등 대다수 물량의 조립·생산을 책임지는 제조 대국이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는 중국이 90% 이상 공급한다. 비타민C 원료인 아스코르빈산도 95%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IT·자동차·의약·철강 등 전 업종에 걸쳐 전 세계 공급망이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춘제 연휴를 마치고 11일 만에 개장한 중국 증시는 7.7% 폭락했다. 2015년 8월 24일(-8.49%) 이후 최대 낙폭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엇갈렸다. 일본 닛케이(-1.01%)와 대만 가권지수(-1.22%)는 1% 넘게 하락했으나, 지난주에 악재가 이미 반영된 한국과 홍콩 증시는 전날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