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초래할 비관적 미래를 경고하는 평론가들은 많이 만날 수 있다. 그가 데이터 과학이나 프로그래밍에 무지한 문사들이라면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 전문가라면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컴퓨터 과학 교수인 스튜어트 러셀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대학 교재 '인공지능'의 저자다. 그는 신작 '인간과 함께하는 AI'에서 오늘날 맹목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현실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특수한 과업을 처리하는 AI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반면에, 사람들의 상상과는 달리, 사람의 능력에 준하는 일반 목적 AI는 요원하기만 하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알파고조차도 한정된 변수와 예측 가능한 패턴의 과제를 해결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AI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럼 언제쯤 사람 수준의 초인공지능이 도래할 것인가? 저자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고 한다. 1960년대 이후 허버트 사이먼, 마빈 민스키 등 대가들이 몇 십년 내에 그런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어느 것 하나 들어맞은 것이 없다. 지금도 그런 예측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선의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도대체 컴퓨터가 인간을 닮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동안 인간의 마음, 뇌 그리고 의식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피상적인 사실만 밝혀졌을 뿐 전모는 알려진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뇌를 모방한 컴퓨터'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뇌에 대해 모르는데, 어떻게 뇌를 모방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1951년, 인공지능의 아버지 격인 앨런 튜링조차도 인간을 닮은 로봇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계는 기계로서 인간의 목적에만 봉사해야 하며, 기계로 인간을 모두 대체하려는 시도는 어리석은 일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유모의 품에서 자란 어린이가 과연 '휴먼'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자칫하면 값비싼 사람의 품에서 아이를 키우는 상류층과, 저렴한 로봇에 육아를 맡기는 빈곤층으로 계급이 양분되는 황당한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기계는 절대 가질 수 없는, 오직 사람만이 지닌 공감과 기여, 성취, 판단 능력이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진정 교육해야 할 것은 이런 휴머닉스(humanics)다. 기계로 하여금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기 전에 항상 두 번 생각하라. '이것은 과연 인간의 목적에 기여하는 것인가?' 모든 인공지능 설계자는 항상 이 목적을 잊지 말고 개발에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