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한진칼 지분 43.47% 확보해야 경영권 확보
조현민·델타의 조원태 지지 여부 따라 판 출렁거릴 듯
조원태 회장, 강도 높은 '쇄신' 카드 꺼낼지 관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연합군을 결성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전면전에 나서면서 두 사람이 얼마나 주요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월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칼(180640)대표이사의 연임이냐 아니면 조현아 전 부사장·강성부 KCGI 사장·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추천하는 전문경영인이 새 대표이사로 선임되느냐를 놓고 표 대결을 펼쳐야 하는 데 양쪽 모두 참석 인원의 과반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원태 회장은 자신의 지분 6.52%에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재단·일우재단 등의 지분 3.38%를 영향권에 두고 있다. 계열사 임원, 친족 지분 0.77%가 있지만, 적잖은 변수가 있다. 여기에 우호세력으로 델타항공(10.0%)와 카카오(1%)가 있다. 조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9.9%에 우호세력 11.0%를 더해 총 20.9% 정도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은 조 전 부사장이 6.49%, KCGI가 17.29%, 반도건설이 8.28%를 보유하고 있다. 총 32.06%다.

여기에 두 사람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5.31%, 조현민 진에어 전무가 6.4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한진 회장.

◇조원태 회장, 조현아 고립-소액주주 확보 성공해야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확보한 지분을 비교하면 조원태 회장 쪽이 불리하다. 3월 주총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려면 조원태 회장은 22.57%, 조현아 전 부사장은 11.41% 정도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우호지분은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2019년 주총 수준으로 소액 주주들이 참석한다고 했을 때 3월 주총에 의결에 참여할 소수 주주 지분은 17.32%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 주총 참가 지분 77.18%에서 관계자 지분 46.90%를 차감해 일종의 ‘출석률’을 계산한 뒤 지난해 말 현재 소액 주주 지분율에 곱해 추산한 값이다. 이 경우 3월 주총 의결에 참가하는 지분은 86.94% 정도가 된다. 여기서 과반을 확보하려면 지분 43.47%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소액 주주 참가가 늘어날 경우 주총 참석률이 늘어나면서 추가로 우호 지분을 더 끌어모아야한다.

조원태 회장이 수성(守城)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명희 고문, 조현민 전무와 한진가(家) 친족들의 지지를 모두 얻어야 한다. 그 경우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12.55%. 여기에 10.02% 이상을 추가로 얻어야 한다. 국민연금을 비롯해서 기관투자자들의 표를 확보할 수 있을 만한 제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이명희 고문이나 조현민 전무 가운데 한 명의 지지만 확보해도 반 쯤은 이긴 게임이 된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지지하면 4.94~6.1% 정도의 우호 지분을 얻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명희 고문은 ‘묵묵부답’

현재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두 사람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는 지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대거 매집하는데 이명희 고문의 역할이 컸다고 이야기한다. 이명희 고문이 친분이 있던 권홍사 회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이 경우 조현아 전 부사장의 배후에는 이명희 고문이 있는 형국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명희 고문이 섣불리 나서지 못하리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 데 다른 한 명의 편을 드는 모양은 사리사욕의 결과로 비춰질 것"이라며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민 전무의 경우에도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둘 중 누구의 편을 들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친밀도에서는 조원태 회장과 더 높은 편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조양호 전 회장의 ‘밴 플리트’ 상 대리 수상식 참석을 위해 가족들이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현민 전무와 차량에 같이 타고 이동하던 중 심하게 다퉈, 차를 멈춘 적이 있다"면서 "두 자매의 최근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전했다.

◇델타항공이 중립을 지킨다면?

재계와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을 지지할지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의 사안에 대해서 별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2018년 5월부터 대한항공과 합작사형태로 한국-미국 노선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지난해 KCGI와 조양호 전 회장 간의 경영권 분쟁 당시 대한항공과 사업관계 유지를 위해서 지분 10%를 매입한 것이라는 입장을 펴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한진과 KCGI 그 어느 편도 아닌 중립"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승패를 결정하는 역할을 맡기보다는 ‘대세’를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항공업계의 시각이다. 델타항공이 조원태 회장 편을 들지 않고, 명시적으로 중립을 지킨다고 선언할 경우 힘의 균형은 순식간에 조현아 전 부사장 쪽으로 쏠 릴 수 있다.

◇조원태, 국민연금·투자자 설득 카드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등 금융투자업계의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가 관건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에 기울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현아 전 부사장 쪽에 KCGI가 있는 만큼 KCGI의 제안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은 누구를 전문경영인으로 선임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을 할 지는 조만간 공개해야 한다. 2월 12일 정도가 한진칼 소수 주주의 주주제안 마감 시한이기 때문이다. 조원태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측의 ‘패’를 보고 그에 대응하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호텔사업 정리, 자산 매각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