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온라인 쇼핑업체 11번가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사태 이후 최근 6일간 즉석밥 주문이 58% 늘었다. 제균 티슈는 343%, 손세정제는 6679% 폭증했다. 11번가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통한 생필품 전체 구매는 한 달 전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장면 2.

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평소 같으면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代工)'과 단체 관광객이 화장품과 명품 매장을 바쁘게 오갈 시간이지만, 이날 면세점 안은 약국 한 군데만 빼놓고 한산했다. 관광객과 다이궁들은 다른 물건은 살펴보지도 않고, 약국에서 마스크만 박스째로 사들였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쇼핑몰 앞 거리가 한산하다. 평소 주말이나 휴일 명동거리는 중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으로 가득하지만 최근 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쇼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우한 폐렴 사태 이후 국내 오프라인 매장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온라인으로 물품을 주문·구매하는 '언택트(untact)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튀어 닿거나, 손에 묻은 채로 얼굴을 만지면 우한 폐렴이 전파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한 대면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 소비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생필품 거래 2배 이상으로

2일 11번가가 국내에서 4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1월 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품목별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쌀·생수·기저귀 등이 포함된 생필품은 전월 같은 기간보다 104% 늘었다. 물티슈가 215% 급증했고, 라면(129%)·생수(116%)·즉석밥(58%)·신선식품(46%)·쌀(42%) 등도 증가했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품귀 현상을 보이는 마스크는 거래량이 370배 이상(3만7169%)으로 급증했다. 안전·위생물품 중 손세정제(6679%), 보안경(661%), 제균티슈(343%) 등도 판매가 크게 늘었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와 반려동물이 외출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유모차 커버(31%)와 반려동물용 유모차(56%)는 물론, 면역력 강화에 좋은 홍삼(73%)과 어린이 비타민(83%) 주문도 증가했다.

식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소비자도 늘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토요일이던 지난 1일 배달 음식 주문량은 166만 건으로, 평소 토요일 평균(150만건)보다 약 16만 건(10%) 증가했다. 회사는 "보통 설이나 추석 연휴 직후에는 주문량이 평균 6~15% 감소했다"며 "하지만 이번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8일부터 이례적으로 주문량이 평소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이번 우한 폐렴 사태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처럼 언택트 소비를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통계청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지난 2012년만 해도 34조원 규모였다. 하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그해 시장 규모가 53조원으로 늘어났고, 지난 2018년에는 93조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쿠팡의 경우 매출이 지난 2014년엔 3000억원대였지만 2015년엔 1조원대로 뛰어올랐다.

◇타격받는 오프라인 매장들

반면 대면 접촉이 이뤄지는 기존 매장들은 피해가 상당하다. 백화점과 마트, 편의점, 식당, 주점, 미용실, 호텔 등을 가리지 않고 손님 발길이 끊기고 있다. 확진자들이 방문한 것으로 밝혀진 식당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영화관, 대형 마트 등은 울상짓고 있다.

주말마다 점포 앞에 긴 입장 대기 줄이 생기는 롯데백화점 명품 매장도 2일 오전엔 텅텅 비어 있었다. 명동역 6번 출구 앞에는 임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선별 진료소' 천막 2동(棟)이 들어섰다. 명동의 분식집 사장 김모(57)씨는 "손님이 줄어 만든 음식도 다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CJ CGV 성신여대점은 지난달 30일 보건 당국으로부터 "국내 5번째 확진자가 1월 25일 방문했다"는 통보를 받고 이튿날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CJ CGV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확인을 받아 오는 3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방침"이라고 했다. CJ CGV는 국내 12번째 확진자가 부천역점을 지난달 20일·26일 두 차례 방문했다는 통보에 1일 오후 6시 30분부터 상영 중인 영화를 모두 중단하고 휴업에 들어갔다.

이마트 군산점은 국내 8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밝혀져 지난달 31일부터 문을 닫고 있다. 이마트 부천점은 2일 오후 12·14번째 확진자 부부가 20분간 들른 것으로 나타나 영업을 중단했다. 이마트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 맞서 오프라인 쇼핑의 강점인 신선식품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12번째 확진자가 지난달 20일, 27일에 들렀다"는 보건 당국 통보에 2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12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에 신라면세점 서울점이 있다는 것을 알려오자마자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 제주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지난달 23일 방문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2일 저녁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다이소 성신여대역점, 한일관 압구정점, 강릉 썬크루즈리조트와 경기 일산 백석동의 M미용실, 성북구의 Y미용실 등도 문을 닫았다. 경기 식사동 커피숍 스타벅스본죽 정발산점, 서울 성북구 편의점 이마트24·GS25 등은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난 직원을 자가 격리 시키거나 휴가를 보낸 뒤 매장 방역을 마치고 영업 중이다.

☞언택트(untact)소비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 직원이나 다른 사람과 접촉(contact)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물품을 주문해 배달받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