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램가격 1월 2.84달러, 14개월만에 반등
우한 폐렴 장기화되면 중국 수요 급감할 듯

월별 수출이 2018년 12월 이후 올해 1월까지 14개월 연속 줄어들었지만 1월 수출의 경우 감소폭은 줄고 조업일수 영향을 제외한 1일 평균 수출량은 전년 같은 달보다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였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단가가 회복된 영향이다.

정부도 2월부터는 수출이 긴 마이너스 행진을 끝내고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이 장기화되면 2월 수출의 플러스 전망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의 컨테이너.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집계를 보면 지난달 일평균 수출은 20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8% 증가했다. 14개월만에 반등이다. 지난해 일평균 수출(19억9000만달러)을 3000만달러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회복된데 크게 기인한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동기 보다 3.4%가 줄었지만 감소율로 보면 1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디램 등 주요 반도체 품목의 가격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8GB(기가바이트) 디램(DRAM)의 고정가격은 작년 1월 6달러에서 지난해 내내 계속 내려가 작년 12월에는 2.81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1월에는 2.84달러로 반등에 성공했다. 128GB(기가바이트) 낸드플래시는 작년 1월 4.5달러였는데 지난달에는 4.6달러로 이미 작년 가격을 회복한 상태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20%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디램가격이 소폭이지만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문제는 우한 폐렴이 장기화될 경우다. 중국에 있는 공장들이 장기간 폐쇄될 경우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수요가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2월 수출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은 국내 전체 수출의 25.1%를 차지해 주요 수출국 중 1위다. 또 대홍콩(2019년 기준 5.9%) 수출의 70~80%가량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수출이다. 이런 물량까지 합치면 중국으로 들어가는 국내 수출량은 전체 수출의 3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중국인데 중국 공장들이 우한 폐렴으로 문을 닫게 되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는 중국 전자제품 공장 등에 중간재로 들어가는데 중국 공장이 문을 닫으면 반도체 수요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는 중국의 소비시장만 타격을 입었는데 지금은 (공장 가동 등) 중국의 생산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반도체, 기계, 화학, 철강 등 중간재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우한 폐렴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영향은 정부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고 오는 3일 수출상황점검회의 등을 통해 수출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