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서 한국인 이송한 전세기, 분무·촉수 소독 돌입
전문가들 "소독·환기 후 약 3시간 후면 기내 바이러스는 멸균"
외부 공기 기내 유입 시 0.01µm 오염 물질 99.9% 여과
대한항공 측 "전세기 2차 투입 준비… 임무 후 일주일 운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인근 지역에서 고립된 한국인 368명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 B747이 여정을 마치고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착륙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아닌 감염병으로 전세기를 띄우는 건 처음이다 보니 일각에선 "기내에 바이러스가 잠복할 수 있어 수송 항공기를 일반 노선에 투입하면 위험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와 대한항공은 계획된 방역 대책을 따르면 항공기 구조상 기내 설비를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3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중국 우한 거주 한국 교민 수송에 투입된 전세기가 도착하고 있다.

◇전세기에 바이러스가 잠복할 수 있다? (X)

전날 오후 인천에서 출발해 우한에 대기하고 있던 교민들을 태운 전세기는 이날 오전 8시 김포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검역본부의 감시에 따라 방역 절차에 들어갔다. 방역을 위해 김포공항에 파견 나간 대한항공 직원 10여명은 탑승객들이 전세기에서 내린 후 즉시 투입돼 좌석 커버를 모두 교체한 뒤 객실 좌석과 테이블·모니터·창문·선반·벽·화장실 등 기내 모든 곳에 직접 분무 소독과 특별 촉수 소독을 시행했다. 이때 사용되는 소독제 MD-125는 코로나바이러스 등 각종 전염병의 원인균을 단시간에 살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분무 소독 과정에서 기내 바이러스는 멸균된다고 했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진서 교수는 "병원에서도 MD-125 등으로 분무 소독을 하고 있다"며 "보이는 얼룩을 다 닦아내고 분무 소독을 하면 기내 바이러스는 소멸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교민들이 탑승한 대한항공 전세기가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 교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기 전 방역을 받고 있다.

항공기 전체를 분무 소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전세기 착륙 후 3시간 정도의 소독을 거치면 항공기는 다시 비행해도 항공 설비를 통한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은 없다는 것이 질병관리본부와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전세기는 추후 다시 우한에 남아있는 교민 이송에 투입될 수 있어 김포공항에 주기(駐機)해 놓을 예정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방역 과정을 거친 전세기는 김포공항에 머무르며 언제든 비행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전세기 임무가 모두 끝나면, 일주일 정도는 운항 없이 주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세기에 타고 있던 승무원들이 감염될 가능성도 낮다. 이번 전세기에 탑승한 승무원 11명은 방호복에 고글,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채 우한에서 대기하던 한국인들을 맞이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방호복을 입을 경우 감염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날 비행에 투입된 승무원들은 향후 일주일 정도 휴가를 받아 업무에서 제외된다.

중국 우한에서 온 관계자들이 31일 오전 김포공항에 착륙한 전세기에서 내리고 있다.

우한에 머무르는 동안 항공 설비를 통해 바이러스가 기내로 유입될 수 있다? (X)

전세기는 우한 톈허(天河)국제공항에 전날 오후 11시 30분쯤 도착해 6시간30분가량 머물렀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전세기 내부로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전세기 내부는 첨단 공기 순환 시스템이 장착돼 오염 물질이 확산하기 어려운 구조로 제작됐다. 우선 기내로 유입되는 외부 공기는 고온의 엔진 압축기를 통과하면서 온도가 200℃까지 오른다. 이때 가열된 공기는 완전 멸균상태가 된다. 여기서 오존 정화 장치를 한 번 더 거친다.

기존의 기내 공기는 0.01~0.2 마이크로미터(µm) 크기의 미세 바이러스를 99.9% 이상 걸러내는 헤파필터를 통해 여과돼 외부 유입 공기와 섞여 다시 기내로 공급된다. 외부에서 유입된 공기와 기존 기내 공기가 혼합됐다가 외부로 배출되는 과정이 2~3분마다 반복돼 기내엔 쾌적한 공기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0.08~0.16µm 크기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완벽하게 걸러진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기내 공기 흐름 또한 수평이 아닌 구역별로 수직으로 흘러 순환 구조상 오염 물질은 공기 중에 퍼지기 어렵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사람이 다 내리고 난 후 소독된 기내 환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확산할 위험은 없다"며 "만에 하나 바이러스가 함유된 비말 입자가 기내에 있더라도 소독과 환기 등을 거쳐 3시간 정도가 지나면 공기 중 바이러스는 자연 소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