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환자 관리하는 현 방역망 무용지물 우려
중국서 잠복기 23일만에 발병한 사례도 나와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 다른 사람을 전염시킬 가능성을 시사하는 사례들이 해외에서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전문가가 나왔다. 중국 보건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국내 질병관리본부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해왔다.

우한 폐렴의 무증상 감염은 증상이 나타난 환자를 격리 치료하는 지금의 방역망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어 전세계 방역당국이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중국에서 무증상 감염 추정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30일엔 안후이성 위생건강위원회가 허페이(合肥)시에 거주하는 리(李·34)모 씨가 우한에서 돌아온 지 23일 만에 발병했다고 밝혔다. 최대 14일로 알려진 잠복기를 훨씬 넘어서는 기간 뒤에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0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신종 감염병의 경우 아직까지 명확하게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전염력이 어디까지인지, 무증상 감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보건부 장관급에 해당하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과 세계보건기구(WHO) 담당자가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밝혔다"며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악수 등을 통해서 무증상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증상이 있어서 기침, 재채기를 하면 더 많은 바이러스가 주변에 뻗어나가 2차 감염확률이 올라가는데, 무증상이면 어떻게 전파되는지 의구심이 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코나 목 점막에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에 손으로 코를 부비거나 하는 상황에서 손에 바이러스가 묻어서 그것이 주변에 전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악수 등 손과 손이 접촉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흐르는 콧물을 닦기 위해 휴지를 사용한 경우 등에서도 전파가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 정부 자문위원,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국무총리 메르스 특보로 활동했다.

무증상 감염은 바이러스에 몸에 들어와 감염됐지만 뚜렷한 증상 없이 바이러스만 나와 주변을 감염 시킬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감염병이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다면 방역체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잠복기’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아무증상이 없다가, 바이러스가 증식해 숫자가 늘어나면서 우리 면역 시스템과 싸우며 열과 기침 등 증상이 시작될 때까지 기간이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의 잠복기를 최대 14일로 본다.

김 교수는 "우한 폐렴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나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경우, 현재까지로는 잠복기간 중 전염력은 없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홍역이나 수두, 인플루엔자 독감의 경우는 열이 나기 전 하루나 이틀 전 전염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잠복기간에 감염이 가능하다면 전파력이 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공항에서 열이 있고 건강 설문지에 증상을 써 넣을 때 의심하고 관리하는 지금의 방역망에서는 무증상 감염자가 통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증상이 있기 전 잠복기 전파력이 있다면 접촉한 이들도 다 조사해야하는 만큼 지역사회 2차감염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고, 방역은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중국에서만 우한 폐렴 확진 환자는 31일 새벽 3시(현지시각) 기준 8169명으로 작년말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한달여만에 사스가 9개월간 중국에서 발생시킨 확진 환자수(5327명)를 이미 넘어서는 등 빠른 전파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내 의심환자 1만 2167명까지 합치면 전체 중국 환자수만 2만명을 이미 돌파했다. 존스홉긴스대학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세계 우한 폐렴 확진 환자는 8235명, 사망자는 171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