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차기 '먹을거리'로 '케어푸드(Care food)'가 뜨고 있다. 케어푸드는 고령자나 환자가 섭취하기 쉽고 소화하기에도 좋은 가공식품을 뜻한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최근 식품업체들은 물론 편의점 업체까지 케어푸드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2011년 5104억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이던 케어푸드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업계 추정)을 바라보고 있다. 업계에선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케어푸드 개발만이 살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식품 소비 절벽 시대, 해답은 케어푸드

현대그린푸드와 신세계푸드는 각각 '그리팅 소프트', '이지밸런스'란 이름의 케어푸드 전문 브랜드를 내놓았다. 편의점 CU는 올해 초 씹는 기능이 저하된 노인들을 위한 전용 도시락 상품까지 출시했다. 10~30대가 주요 소비층인 편의점마저 케어푸드 시장을 눈여겨보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우유업체들도 뛰어들었다. 매일유업은 2018년 말 성인 고단백질 건강기능식품 '셀렉스'를 출시했고, 남양유업도 지난해 성인 우유 등 중장년 전용 식품 브랜드 '하루근력'을 선보였다.

'이지밸런스'의 소불고기 무스 제품.
편의점 CU가 올해 초 선보인 고령자 전용 소불고기 도시락(왼쪽)과 현대그린푸드가 고령자들도 쉽게 씹고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든 동파육.

'케어푸드 시장'의 급성장 배경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식품 소비 감소가 있다. 생산 가능 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인구 절벽 현상이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식품 소비도 줄어드는 '식품 소비 절벽'이 발생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식품 내수 시장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생존을 위해 업체들이 노인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00만명을 돌파했다. 2025년이면 한국 사회는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업계로선 케어푸드 시장을 신성장 분야로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케어푸드의 진화… 먹는 재미까지

케어푸드의 특징은 영양분은 물론이고 이에 더해 소화기능과 부드러움에 집중한 것이다. 이 중 일반 식품과 가장 큰 차이는 부드러움이다. 노인들을 타깃으로 개발되다 보니 다른 식품들보다 씹거나 삼키기 쉽게 만들어졌다. 기존 케어푸드 제품들의 경우 액상형이나 가루형 제품들이 많았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설 선물 세트로 내놓은 '뉴케어 구수한 맛 아셉틱 세트' 등이 대표적이다. 마시는 형태로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를 모두 포함한 제품이다.

최근에는 먹는 재미와 삶의 질까지 고려한 연화식(軟化食) 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겉보기엔 일반 음식이지만 특수 공정을 거쳐 씹는 강도를 현저히 낮춘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설 명절 '연화식 한우 갈비찜 세트' '연화식 LA갈비 세트' 등 6가지 연화식 케어푸드 제품을 선보였다. 보기엔 일반 갈비찜과 다를 바 없지만, 이 식품의 경도(硬度·단단한 정도)는 두부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갈비찜 제품의 경우 잇몸으로도 씹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특수 조리기구와 고압·고온의 증기를 이용한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에선 연화식 선물 세트가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

편의점 CU에선 지난 7일 편의점 업계 최초로 연화식 도시락 '부드럽고 연한 소불고기 정식'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CU 관계자는 "편의점 이용자 역시 점차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연화식 도시락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CU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구매한 고객 중 40세 이상의 비율은 2014년 27%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34.6%까지 상승했다.

◇일본은 케어푸드 분류 기준도 마련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라 불리며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선 이미 케어푸드 시장에 대한 구분과 식별 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개호식품(介護食品)이라 부르던 케어푸드를 2014년 '스마일 케어식(スマイルケア食)'으로 이름을 바꾼 뒤 2016년에는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잇몸으로 부술 수 있는 식품에는 노란색 'B' 마크를, 혀로 부술 수 있는 식품에는 노란색 'C' 마크를 포장지에 찍는 식이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개호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2013년 1258억엔(약 1조3722억원)에서 2017년 1480억엔(약 1조6150억원)으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