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환경운동연합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 물질 검출에 대해 "대전을 후쿠시마로 만들 셈인가"라면서 "시민 안전 위협하는 원자력연구원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 물질 검출 문제는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가 원자력연구원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1959년 설립된 원자력연구원은 국내 유일한 원자력 연구기관이다. 중수로·경수로 핵연료 국산화와 한국표준형 원전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간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 '밀리칸주'를 개발했다. 환경단체가 연구원 해체를 요구하며 내세운 ①연구원 인근 방사성 물질 검출과 ②연구용 원자로 노후화 주장을 살펴봤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의료·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개발에 쓰이는 입자가속기를 살펴보고 있다.

①연구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 위험은

원자력연구원은 3개월마다 하는 자체 점검 결과 정문 앞 하천 토양에서 '세슘 137' 농도가 평소(0.432베크렐/kg)보다 높은 25.5베크렐(Bq)/kg이 나왔다며 지난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원에서 검출된 세슘 농도는 전국 토양의 평균 수준이다. 원안위 산하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2016~2018년 조사한 전국 토양의 세슘 농도는 0~29.7 베크렐/kg이다. 최대 138베크렐/kg이 검출된 곳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모성 청주대 레이저광정보공학과 교수는 "세슘 농도가 100~200 베크렐/kg이 넘는 곳도 있지만 사람이 그냥 지나치는 곳이라면 인체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라며 "연구원에서 검출된 세슘은 정상 범위"라고 말했다.

원자력연구원 내 맨홀 안에서는 시간당 최대 0.0034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이 측정됐다. 병원에서 가슴 엑스-레이를 찍을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0.2~ 0.34mSv)의 100분의 1 정도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한 해 동안 방사선 피폭량으로 1mSv 이하를 권장한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교수는 "사람이 상주하는 곳도 아니고 공기 중으로 흩어질 수도 있어 인체에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유출이 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②연구용 원자로 수명은

반핵단체 핵재처리실험저지 30km연대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폐로하라"고 주장한다. 1995년 가동에 들어간 하나로는 국내 유일한 연구용 원자로다. 방사성 의약품과 전력 반도체 소재 생산 등 의료·산업·과학 연구에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구용 원자로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표준연구원(NIST)의 원자로는 1967년 가동을 시작했다. 매사추세츠공대(1958년), 교토대(1964년) 원자로도 하나로 원자로보다 오래됐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230여기(2016년 기준) 연구용 원자로 2기 중 1기가 40~60년 동안 가동됐다. 25년 된 하나로 원자로는 젊은 순서로 15% 안에 속한다.

환경단체는 하나로의 정지가 반복되는 점을 들어 결함이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연 5회 정도 가동이 정지된다. 연구원 측은 "정해진 조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안전을 위해 일단 정지하고 확인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미 표준연구원 원자로는 연평균 3회 정도 정지된다.

최근 한 방송은 "하나로의 주요 기기 수명(20년)이 2015년 만료됐는데도 부품 교체나 평가 없이 원자로를 그대로 가동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원자력연구원이 2017년 6월 평가한 결과 주요 기기는 2027년 6월까지 사용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로는 2014년 7월에서 2017년 12월까지 내진성능 보강공사를 위해 가동을 멈췄다. 30km연대 측은 "원자로는 자동차나 가전제품보다 훨씬 복잡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와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버트(Sv), 베크렐(Bq)

시버트(Sv)는 생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 베크렐(Bq)은 방사성물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량 단위.

☞방사선, 방사능, 방사성

불안정한 원소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출되는 입자를 방사선이라고 한다. 방사선을 내는 능력을 방사능, 방사선을 만들어내는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