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사장단이 마이페이먼트(My Payment·지급지시서비스업) 사업 진출을 허용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구했다. 기존 신용결제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마이페이먼트 사업에서 핀테크업체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구다. 금융당국은 마이페이먼트 사업을 핀테크 업체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15개 여신전문금융회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영세 온라인사업자 특별보증 지원사업을 위한 협약식에서 일부 카드사 사장들을 만난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카드사 사장단 전체와 간담회를 가진 건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모처럼 금융당국 수장을 만난 카드사 사장단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신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는 이야기다.

특히 카드사 사장단은 마이페이먼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마이페이먼트는 신용결제를 위주로 이뤄지던 결제 방식의 패러다임을 계좌이체 위주로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기존에는 카드사가 가맹점의 전표를 매입해주고 추후 소비자의 은행계좌에서 돈을 받는 방식으로 신용결제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가맹점이 카드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로 인해 사회적인 갈등이 컸다.

반면 마이페이먼트는 소비자가 상점에서 물건을 사면 지급지시업자 자격을 받은 결제업체가 은행에 '지급 지시'를 하고, 지시를 받은 은행은 소비자의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일반적인 계좌이체 수수료와 동일하기 때문에 신용결제 방식보다 저비용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마이페이먼트 사업 활성화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새로운 결제 사업을 핀테크 업체에만 허용하고 카드사는 불허하는 건 차별이라고 맞서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나 마이페이먼트 사업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의 강력한 요청에 금융위도 카드사의 마이페이먼트 진출 허용을 검토 중이다. 은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카드사가 보유한 카드회원의 소비지출 및 대금결제 관련 정보와
280만 가맹점들의 매출정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마이데이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을 적극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카드사는 레버리지 배율 규제 완화, 캐피탈사는 부동산리스 진입규제 완화, 신기술금융회사는 창업투자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투자여건의 개선 등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