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005930)를 분할했으면 하는 희망론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덩치가 너무 커지면서 운용상 부담 요인이 여러 가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는 ‘삼성전자 분사설’이 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사업부에 포함돼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분할설로, 펀드매니저들이 바라는 것은 이보다 큰 수준이다. 펀드매니저들은 핸드셋(스마트폰 등)과 반도체 부문을 분할하길 바라고 있다.

한 운용사 대표이사는 "우리가 우리 편의성 때문에 삼성전자를 쪼개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삼성전자는 현재 가장 돈을 잘 버는 회사이면서, 앞으로의 시대 변화에도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회사다.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분할을 통해 내부 경쟁을 독려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조선DB

①30%캡 때문에 그나마 인기 있는 패시브펀드마저 죽을라

분할을 원하는 첫째 이유는 30% 캡(CAP)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이후 주가가 꾸준히 올라 코스피200 내 비중이 30%를 넘었는데, 거래소는 삼성전자의 코스피200 내 비중을 30%까지만 적용할 방침이다. 3월 정도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 적용하게 되면 코스피200 내 삼성전자 비중이 현재보다 더 떨어지니 코스피200을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는 그만큼 삼성전자 비중을 줄여야 한다. 매도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상민 바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운용사마다 입장이 다른데, 한달 정도 유예 기간을 두면서 순차적으로 삼성전자 비중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삼성전자를 다른 원인도 아니고 30% 캡 때문에 팔아야 한다면 투자자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액티브 펀드 중 삼성전자 비중이 높은 펀드는 거의 없고, 그러다 보니 최근 인기 있는 펀드는 대부분 패시브 펀드"라며 "하지만 만약 비중을 축소했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르면 그로 인해 불만이 나올 수 있어 우려된다. 잘못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인기가 있는 패시브 펀드마저 확 꺾일 수 있는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매니저는 "우리끼리는 농담처럼 삼성전자반도체, 삼성전자핸드셋으로 나누면 해결될 문제라고 말한다"면서 "실제로 삼성전자 임원진에 이런 건의를 했던 증권업계 관계자도 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②삼성전자 쪼개면 반도체 ETF에 담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대표 반도체 펀드에 들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내 대표 반도체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미래에셋타이거(TIGER)반도체증권과 삼성코덱스(KODEX)반도체증권이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25%를 넘기고 있어 기관을 비롯한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두 상품 모두에 삼성전자는 들어 있지 않다. SK하이닉스(000660)만 20%의 비중으로 들어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한 매니저는 "반도체 ETF에 담으려면 삼성전자의 업종 분류가 반도체가 돼야 하는데, 과거 삼성전자를 분류할 때는 스마트폰이 워낙 잘 나가던 때여서 삼성전자는 비 반도체주로 분류돼 있다"면서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시점에서 재분류한다면 삼성전자도 반도체에 포함될 수 있겠으나, 절차가 복잡하다"면서 "이 또한 삼성전자를 분할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고 했다.

③분할하면 개인 대주주 줄어 수급상 부담 감소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식을 10억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 대주주는 수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대주주 지위를 피하려고 연중 계속 삼성전자를 보유하고 있다가 연말에 파는, 주주명부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개인 큰손 또한 십수만명 안팎일 것으로 추측된다.

즉 우리나라 자산가 중 삼성전자를 많이 들고 있는 투자자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개인 대주주 기준은 최근 몇년 새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해 연말을 기준으로 내년 4월부터는 3억원 이하로 낮아진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들고 있으면 내년 4월부터는 수익의 최대 30%의 양도세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를 분할하면 기업이 2개가 되는 만큼 대상자가 줄어들고, 연말 매도 공세도 그 폭만큼 줄어 수급상 부담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