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크게 바뀌었다. 9억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는 풍선효과로 크게 오르는 곳이 생기기도 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봄 이사철이 되면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흘러갈까. 서울과 수도권, 지방 부동산의 흐름을 예상해봤다.

설 이후 호남·충청 지역 주택 매매시장은 국지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입주 물량 부담과 지역 산업 침체 여파로 전반적으로 약보합이 예상되지만, 광주·대전·세종과 ‘여순광(여수·순천·광양)’ 등 수요가 몰리는 곳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내 아파트 전경.

◇호남·충청, 입주 물량 부담에 지역 산업도 침체… "약보합 전망"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라에서는 2만5878가구, 충청에서는 2만7725가구가 각각 입주할 예정이다. 그간 쌓여온 입주 물량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올해도 2만여가구씩 새로 입주하는 것이다. 전라도에는 2018년 2만3031가구, 2019년 2만115가구가 입주했고 충청도에는 2018년 5만241가구, 2019년 2만98가구가 각각 입주했다.

주택 공급자 입장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거나 입주 중인 단지의 입주 여건을 지수화한 주택산업연구원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를 보면, 이달 기준 전남·전북은 각각 71.4, 충남 70, 충북 78.9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입주 전망을 좋게 본 것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즉 호남·충청 입주 여건이 나쁘다고 판단한 건설사가 많다는 뜻이다. 부산(93.5)과 경남(85.7), 대구(83.5), 서울(82.4) 등과 비교하면 지수가 낮다.

지역 산업이 침체한 것도 집값을 내리는 요소다. 충청·전라 지역 주력산업 중 하나인 철강은 글로벌 철강 수요 증가율 둔화(2019년 3.9%→2020년 1.7%)와 전방산업 부진에 시름하고 있다. 석유화학도 중국 기업 설비증설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과 공급과잉에 직면했다.

특히 충남 석유화학 수출의 47%를 차지하는 파라자일렌(PX)은 중국업체 헝이와 시노켐, 시노펙 등이 각각 신규설비 증설로 생산량을 늘려 공급과잉 악재가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 여파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114는 "호남·충청권은 2018년부터 이어진 입주 물량이 부담이 되는 데다 지역 기반 사업이 흔들리는 영향 속에서 올해 부동산 시장은 약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수요 몰리는 대전·광주·세종은 강보합… "급등은 없을 듯"

호남·충청권에서도 국지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지역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부동산 규제가 강한 만큼 급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가격 상승률이 서울(1.9%)보다 높고, 전국에서도 가장 높았던 대전(4.54%)은 세종시 규제 반사이익과 공급 부족 인식 속 청약 흥행 등으로 올해도 강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가격이 급등한 뒤 4분기에는 가격상승폭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 이후에도 상승 피로감으로 급등보다는 완만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대대광(대전·대구·광주)’으로 함께 불리며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광주도 청약 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자유구역 예비지정 등 호재로 강보합세가 전망된다. 다만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추격 매수세 감소와 상승 피로감으로 역시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은 정부 규제로 수요자 진입장벽이 높지만, 청약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강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다. 부동산114는 "세종 아파트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대전(1249만원)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청약 당첨 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114는 광역시·특별자치시를 제외한 호남·충청권 지역 중 여순광과 천안·청주를 주목했다. 부동산114는 "전라 여순광은 지역 내에서 수요가 몰리는 곳이고 호재들도 있어 완만한 상승을 예상한다"며 "충청에선 최근 거래량이 늘고 도시재생사업이 본격 진행되는 천안과 비조정대상 지역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청주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