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밖 인터스텔라(interstellar·성간 우주)에서 지구를 찾아온 혜성〈사진〉이 포착됐다. '보리소프(2I/Borisov)'라는 이름의 혜성으로, 태양계 밖에서 왔다는 것이 밝혀진 첫 번째 혜성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4시 4분(한국 시각)부터 5시 19분까지 1시간 15분 동안 외계 행성 탐색 시스템(KMTNet)의 칠레 관측소 망원경을 원격조종해 보리소프 혜성을 촬영했다. 보리소프 혜성은 지난해 12월 8일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근일점을, 그로부터 20일 후인 12월 28일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근지점을 통과했다. 촬영 당시 보리소프는 지구에서 약 2억9000만㎞ 떨어져 있었고 밝기는 직녀성의 40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혜성은 소행성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이지만, 꼬리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최근까지 외계 혜성과 소행성의 존재는 이론으로만 예측됐다. 하지만 2017년 10월 하와이대학 연구진이 외계 소행성 '오우무아무아(Oumuamua)'를, 2019년 8월 우크라이나 출신 아마추어 천문가 비치 보리소프가 자기 이름을 딴 외계 혜성을 발견하면서 존재가 입증됐다. 외계 천체는 대부분 명왕성 궤도 밖에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반적으로 혜성은 목성보다 먼 약 9억㎞ 근방에서 꼬리가 나타나 밝아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에 들어오는 외계 천체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 발견할 확률은 대단히 낮다.

천문학자들은 앞으로 세계 최대 광시야 탐사 망원경이 될 베라루빈 천문대(VRO)의 지름 8.4m 망원경을 이용해 이 같은 외계 소행성과 혜성을 1년에 하나꼴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칠레 셰로파촌에 건설 중인 VRO는 오는 2022년 가동을 시작한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국립연구재단(NSF), 대학천문학연구연합(AURA) 등과 여러 나라의 대학, 연구 기관들이 건설과 운영에 참여한다. 천문연구원도 VRO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