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태(31·남·춤 못 추는 전직 인도 특파원) 일주일간 틱톡에서 놀아 봤을 텐데, 어떤가. 빠져들 만한 앱인가.

오로라(31·여·틱톡 유망주 7년 차 기자) 나오는 영상이 대부분 정신 사납더라. 난간에 매달려있는 등 위험한 영상이 많았다. 강아지를 키우는 처지에서 불편한 영상도 있었다. 반려동물을 도구처럼 이용해서 조회 수를 버는 이용자들이 간간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틱톡이 해시태그(#)를 통한 릴레이 참여를 유도하다 보니 이런 영상을 누가 따라 할까 두려웠다.

성호철(46·남·틱토커 초딩 딸을 둔 테크팀장) 올해 중학교 올라가는 딸이 1년간 하는 걸 지켜봤다. 나도 일주일 넘게 놀아봤다. 춤추는 커플, 말뚝박기 하는 중고딩, 휙휙 넘어가는 15초짜리 영상…. 말초적 자극을 주는 데 충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 보던 외국 몰래 카메라 영상의 연속이랄까. 생각없이 휙 넘겨 보는 맛은 있더라. 대신 영상을 찍어서 올릴 용기는 도저히 나지 않았다. 40대를 위한 앱은 아닌 듯.

형태 나는 영상도 찍어 올렸다. 영상 촬영부터 편집까지 참 직관적이고 쉽게 돼 있더라. 배경음악도 최신 유행 가요부터 클럽 EDM 음악까지 원하는 대로 넣을 수 있다.

호철 30대가 만든 동영상을 10대가 좋아할까.

형태 한마디로 망했다. 익살스럽게 생긴 시바견 탈을 구해서 직장인 콘셉트로 찍어서 올렸는데, 좋아요는 딱 한 개, 댓글은 하나도 달리지 않았다. 패인(敗因)을 곱씹어보니 선배 말대로 30대·40대가 볼법한 '직장인' 콘셉트가 아닌, 10대·20대 젊은 학생이 볼만한 영상을 올려야 했다.

로라 난, 내 나름대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우리 집 강아지와 고양이를 출연시켰다. 하루 만에 조회 수 1500회, 좋아요 100여 개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받아본 적 없는 놀라운 숫자다. 계속 올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5개를 더 올렸는데 조회 수가 뚝 떨어졌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나 보다. 알고리즘이 궁금하다.

형태 틱톡에 다녔던 지인에게 '조회 수 잘 나오는 노하우'를 물어봤다. 허세 가득한 영상, 망가지는 영상, 노출 영상을 올려야 잘 나온단다. 아, 잘생기고 예쁘면 콘텐츠 상관없이 조회 수가 많다고. 슬프다.

호철 어린이들이 선정적 콘텐츠에 노출될 위험성이 커 보인다. 노출이 있는 옷이나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 춤추는 영상이 많았다. 원칙적으로 13세 미만은 틱톡을 이용하지 못한다. 부모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출연하는 영상이 넘쳐난다.

장형태 기자가 올린 틱톡 동영상. 촬영·편집에 5분 걸렸다. 자막이나 배경음악을 넣는 것도 간편했다. 함정은 조회 수가 거의 ‘제로’라는 점이다. 오른쪽 끝은 삼성전자의 틱톡용 광고 ‘댄스 어썸’. 전 세계 이용자들이 릴레이로 참여해 지난 10일 광고를 시작해 80시간 만에 조회 수 42억을 기록했다.

로라 그런데 얘들이 어떻게 가입하는 것일까.

호철 생년월일을 아무렇게나 입력할 수 있다. 2006년생 이상으로만 설정하면 된다. 초등학생들이 나이를 속이고 가입하는 거 아니겠나. 틱톡은 당당하게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고 말하든가, 아니면 철저하게 걸러내든가.

형태 유치한 영상이나 수위가 지나친 영상은 아예 안 뜨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보기 싫은 영상은 손가락으로 휙 제치면 되긴 하는데, 아예 안 나오게 하고 싶다.

호철 대신 광고도 휙 넘길 수 있지 않은가. 유튜브는 영상 하나당 여러 개씩 광고가 붙는데, 틱톡은 8개를 넘기면 1개 광고가 나오는 식이다. 의무 시청 시간도 없다. 광고에 찌든다는 느낌은 안 들어서 좋더라. 대신 내 검색 기록을 이용하는지 지난번 리뷰했던, 선정성에만 찌든 중국 게임 '왕이 되는 자'와 유사한 게임 광고가 계속 나오더라. 기분 나빴다.

로라 아무리 영상을 위아래로 스와이핑 하면서 넘겨도 끊기지 않는다. 미리 보기 형식으로 짧은 시간 분량은 미리 받아놓는 것일까. 앱의 만듦새가 굉장히 좋은 건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호철 결론은 '3040 세대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앱'이란 것이다. 영상을 보고 생각할 시간을 주지를 않더라. 콘텐츠에 스토리텔링이 들어갈 요소가 없다. 15초에 뭘 담겠나. 유튜브에는 강의 영상이라도 많지…. 이건 정말 애들 공부에는 도움 안 되는 철저한 유희용 앱이다.

로라 그래서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단체로 짧은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게 아닐까. 성질 급한 기자들한테도 딱인 거 같은데…. 틱톡에서 좀 더 놀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