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본지 박순찬 기사가 재밌는 취재를 했습니다. 전직 청와대 경호부장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하루에 몇 번이나 CCTV(폐쇄회로화면)에 찍히나 확인했는데요. "CCTV를 의식적으로 피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전문가인 그조차도 87번이나 찍혔습니다.

그런 CCTV가 안면(顔面) 인식까지 한다면 어떨까요. 얼굴만 미리 등록해놓으면 모든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꼼짝 마'죠. 중국에는 2억대의 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가 이 기술로 소수민족 위구르족 250만명을 추적 감시한다는 폭로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중국판 빅브라더(Big Brother)의 등장입니다.

안면 인식 기술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범죄를 막는 효과보다 사생활 침해에 악용되는 게 더 무섭다는 겁니다. '디지털 감옥'엔 살기 싫다는 거죠. 현재 유럽연합(EU)은 향후 5년간 공공장소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조차 "안면 인식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조만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참, 그런데 왜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를 폐쇄회로(閉鎖回路) 화면이라고 할까요. 카메라가 찍은 동영상을 관리실과 같이 지정된 화면에만 회로로 연결해 보도록 했다는 뜻입니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어디서나 CCTV 영상을 볼 수 있으니, 이 용어도 슬슬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