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삼성전자에 대해 '시총 캡'(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 수시 적용을 검토하면서 삼성전자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총 비중 상한제는 코스피200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1개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30%를 넘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주가지수가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로, 매년 5월과 11월 등 1년에 두 번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해 시총 비중이 30%를 넘자 시총 캡 적용 시기를 수시로 바꾸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시총 캡이 적용될 경우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로 하는 펀드는 삼성전자 비중을 강제로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삼성전자 비중을 낮추는 과정에서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 주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 시총 비중 33%대…캡 적용 시 3월 유력

시총 비중 상한제는 작년 6월 한국거래소가 도입했다. 원래 매년 5월과 11월 말 기준으로 특정 종목의 직전 3개월 평균 편입 비중이 30%를 초과하면, 그다음 달인 6월과 12월에 해당 종목의 반영 비중을 30%로 이내로 묶는 것이 핵심이다. 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해에는 9~11월 석 달간 삼성전자 시총 비중이 30%를 넘지 않았기 때문에 시총 캡이 적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올 들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로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21일에는 코스피200 지수 시총 가운데 삼성전자 시총이 차지하는 비중이 33.35%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의 코스피200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확대되자 거래소는 6월 정기 조정에 앞서 수시 조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거래소는 특정 종목 편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연계상품 운용이 곤란한 경우에는 정기 조정 전이라도 수시로 캡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6월 정기 조정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앞당겨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적용 여부나 시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수시 조정이 적용된다면 그 시점은 3월 선물옵션 만기일(3월 12일)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3개월인 시총 비중 계산 기간을 수시 적용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고, 업계 의견 수렴 기간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3월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주가 하락 불가피" vs "주가 영향 제한적"

문제는 상한제가 적용되면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는 상한을 맞추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야 한다. 국내에 설정된 ETF의 운용 자산은 약 50조원대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코스피 200을 추종하고 있다. 이들이 삼성전자 비중을 한꺼번에 줄일 경우 주가에 충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시총 상한제가 삼성전자에 적용되면 1조원대 매도 폭탄이 쏟아질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200 추적 자금 규모를 50조원으로 가정하고 최대 1조46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일평균 거래대금이 7800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과 거래대금을 고려하면 2~3%포인트 내외 수준의 비중 조절 물량이 주는 충격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을 주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삼는 지수에는 시총 캡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낙관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코스피200이 아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추종하는 경향이 높은데, 이 지수는 거래소의 캡 적용을 받고 있지 않아 삼성전자 상한제 적용 문제는 외국인들에게 중립적인 이슈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